6월의 율동공원
밤꽃 향기 짙은 6월의 율동공원은 흡사 흰 싸리꽃으로 덮인 듯 밤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본래 밤나무가 많아
지어진 이 지역의 이름이 율동(栗洞)이고 그곳에 공원이 들어서 율동공원이라 이름 지어졌다. 시인 정춘근의
밤꽃이라는 시를 떠오르게 하는 밤꽃향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짙어졌다 흐려졌다 갈피를 못 잡게 하는데 다람쥐가
드나드는 개울가에는 벌써 가을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 바쁜 갈대가 한길 가까이나 자라났다.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분수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호숫가에는 온갖 꽃들이 6월의 정취를 한층 북돋아 준다.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펴고 쉬어가는 사람들은 한시름을 잊은 듯 새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감상한다. 상념에 잠긴 듯
우두커니 호수를 바라보는 여인은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유영하는 비단잉어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무아지경에 빠진 것일까...조각공원을 홀로 거니는 여인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일까? 나 자신의 기우이겠지...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호수를 유영하는 비단잉어들은 그들만의 생을 위해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겠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고 바람이 그치면 면경이 되는 호수에 투영된 그림자는 아름답기만 하다. 아저씨와 아줌마의
데이트하는 조각상은 여전히 한가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노부부의 오순도순 속삭임을 엿듣는 벤치는 아무 반응도
없이 뭇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핫팬츠이던 긴 바지이던 자유스러운 공원의 산책길을 걷는 여인이 아름다워 보인다.
까맣게 익은 버찌도 초원에 핀 클로버도 밤꽃향에 젖어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