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숙의 그림이 있는 에세이 133
명제: 선물 1993년 작 6F Oil on canvas
네팔에 있는 아들에게서 요 며칠사이 문자가 계속 날라 온다.몇 통씩!!
며칠 전에는 같이 계신다는 스님이 편찮으셔서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오더니 오늘은 아들이
아프다고 날라 온다. 요로결석 땜에 많이 힘 들었나본데 그것을 참고 견디고 있다니 가슴이 아프다.
물 을 많이 먹는 것 밖에 대책이 없는데....... 큰 돌이 아니고 빠져 나올 정도로 작은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도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몸살하고 소변으로 나와 다행이었는데 재발을
한 모양이다. 먹는 것 이 부실 한 까닭일까? 가까이 있지 않으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안타까워
문자로 여러 가지 처방만 보내주지만 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려는지........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고자 떠난 아이가 자신의 뿌리도 찾지 못하고 원초적인 것에 대한
확답도 얻지 못하고 아파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고 그냥 있는 것도 어미 된 마음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삶에 의미를 채우고 자기 몫의 삶을 살려고 일상에서 탈출을 시도 한 아들이 제
자신을 찾지 못하고 몸과 맘이 병이 들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까 조금은 겁이 나고 두렵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고 소식이 없을 때는 잘 있는지? 궁금하더니 문자가 몇 통씩 날라드니 마음만
혼란스럽고 안타깝다.
사람들은 소식을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가 자기가 펼쳐놓은 세계에서 자기만의 얘기와 소식을 만들고
살아간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느라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간단하게 용건만
말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그러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각자의 삶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며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도 갖고 또 나와는 별개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우정과 사랑을 확인한다. 비록 빈 말들이 오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통하여 오랫동안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소식을
전하는 만남이 아닐까?
짧은 문장이지만 문자로 보내는 편지가 주는 매력은 얼굴을 보며 상대의 표정을 보며 말하는 것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얘기를 함축된 메시지에 담아서
바로바로 보내며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애련한 마음을 표현해 보내기도 하고
속이 상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는 문자로 보내는 편지!
여학교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메모지에 몇 자 써서 친구들에게 돌리며 들킬까봐 가슴조린 쪽지!
버스통학 을 하다보면 시간 때가 맞아 날마다 만나다시피 한 남학생의 가방을 들어주다 슬쩍
건네받은 쪽지를 받아 읽고 설레기도 했던 쪽지! 라는 매개체가 발전하여 먼 나라까지 우체부를
통하지 않고도 받아보고 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그러고 보면 글이라는 매개체는 나를 바라보게 한다.
한번쯤 걸러서 생각을 전하고 또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 을 보면서 그것을 걸러 또 다른 자아를
보게 한다. 언어에 기대어 마냥 떠들어대는 습관을 조용히 글로 한줄 씩 문장을 만들다 보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하고 자신을 정리할 수 있음을 그동안 에세이를 쓰면서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변화 시키는 일이다.
그 변화를 나는 글쓰기를 하면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살려고 노력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회의(懷 意)나 갈등도 힘들었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충족
시켜주지 못하고 삐걱거리며 세상살이를 슬기롭게 하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다가
글을 쓰면서 조금씩 내 마음을 비우고 열어 보이며 내게 있던 가시들을 하나씩 빼어 버렸다.
살아오면서 모두가 내 마음 같은 줄 알고 기대를 갖고 신뢰를 줬던 믿음이 깨어졌을 때
어긋난 관계로 인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던가!!
살면서 가장 많이 겪는 고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괜찮은지 아들에게서 소식이 없다. 인내심이 대단한 아이여서 참고 있는지도 모르고
결석이 빠져 조금은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참는다는 것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곳으로 감염이 되지 않고 돌아올 때 까지 건강하게 있다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들의 마음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을 알고 있으니 아들의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기도하며 안달하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으며 기다려 볼 참이다.
** 선물: 예전에는 바구니에 이바지를 담아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보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바구니에 담아 보았다.
아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 생각하면서.......꽃을 보며 얘기를 하다보면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되지나 않을까?
2009-08-03
그림이 있는 에세이 133
위 그림과 글은 畵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올해 봄 다시 쓰기시작 知人들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 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각고져 블로그에 올린다. 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