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란숙의 그림이 있는 에세이 136

뉴도미닉 2009. 9. 5. 12:10

  

 명제: 봄날의 포스코 이야기 2009년 작 20F Oil on canvas


'죽었어도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으로 남아 영원히 살아있는 사람과 살았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사람’의 차이는 뭣일까?

얼마 전에 본 영화 “미션”의 마지막 대사다. 주교님이 교황청에 순교한 신부님들의 일을

편지로 보내는 내용 중에 자신을 일컬어 "살았어도 저는 죽은 자 입니다" 라는 말이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었나보다. 며칠 동안 영화 속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마음에 펼쳐지곤

했다. 감동이란 어떤 사건이나 모습을 어떻게 느끼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제각각

느낌으로 다가오는 울림에 차이가 날 것이다.


죽는 게 어려워 살아내는 것 또한 힘들은 세상에서 살아서는 죽으려는 삶을 살지 않고

죽어서도 살 생각만 하며 영원한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자하는 나의 얄팍한

신앙생활이 주는 삶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인가?

사람이 수(壽)를 누리고 살다가 죽음의 순간이 와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이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살면서 죽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똑같이 주어지는 일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죽고 나면 모든 것이 함께 묻혀 버리는 삶이

있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삶이 있다.

죽어도 다시 사는 삶 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나에게도 열려있고 그것을 향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나의 자유이며 의지이다라는 생각이 며칠 동안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는 시작이 있으며 끝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도 태어남이라는 시작이 있고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시련이 있으면 영광도 있고 기쁨과 슬픔에도 각각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우리네 삶은 시련과 장애를 극복하지 않으면 성숙된 삶을 살지도 못할뿐더러 영광된 삶도

없다는 생각을 “봄날의 포스코  이야기”를 캔버스에 그리며 했다.

봄에 포스코를 방문하여 철이 제련되어 나오는 과정과 포철이 생기게 된 신화를 들으며

가을에 전시를 할 예정이니 포스코를 중심으로 해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듣고

작업하는 중에 영화 “미션”을 성당 캠프에서 봤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반문 하게 했던

영화 와 포스코의 풍경.......

평화롭게 사는 인디언 마을에 하느님을 알게 하고 그들과 한마음이 되어 살아가던 신부들이

노예사냥을 하러 온 사람들과 영토를 넓혀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죽어가는 인디언들

편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어가는 신부들과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를 외치며 성광(성체가

들어있는)을 들고 총칼 앞에 무장도 하지 않고 앞장서서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뒤따라가는

신자들과 함께 죽어가는 신부의 모습이 쓸쓸하고 인적이 없는 포항 끄트머리 바다에 제철소를

세우고자 노력했던 신념과 의지의 사나이였던 사람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 결실의 현장인 포스코를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신념에서 나오며,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에 내 스스로가 도취되어야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내 스스로 감동되지 않은 이야기에 상대가 마음을 열리 만무하다.

많은 시련과 편견들 그리고 이어지는 숱한 난관들을 헤치고 한나라의 역사를 바꿔버린 사람과

그에게 순응하여 기적을 만들어낸 숱한 사람들의 인내와 노력의 결실인 포스코 의 한 부분을

그리다보니 그 많은 세월의 시간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한사람의 생각과 신념이 많은 사람들을 무지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알게 하고, 허허벌판 같은

바다에 기적의 제철소를 만들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와 기적을 일궈낸 포항제철과 광양제철소를 만들어낸 우리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림을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글로 정리하며

나를 추스르기에 몸살 하는 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그림이고 읽혀지는 글을 쓰는지 생각을 하게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역사에 남을 작업이 못 된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영혼이 위로를 받고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좋겠다. 조금은 소통의 도구로 쓰임을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야기가 있는 그림과 글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작업을 하고프다.


먼 훗날 사람들이 나를 그림을 그리는 여자로 머릿속에 기억 할 것인가?

아님 인간적인 여자로 내 모든 삶이 여백으로 남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게 할 것인가는

순전히 내 몫이다. 죽어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 봄날의 포스코 이야기: 형산강 강변에서 포스코를 바라본 풍경이다.

                        강둑에 영산홍과 철쭉 그리고 접시꽃이 피어있었다.

                        바구니에는 포철 기념관에서 본 박태준 회장의 가방에 있는

                        소품들을 그려 넣었다.

                        포스코를 누비고 다녔던 제복, 명함상자도 함께 그렸다.

  

 

2009-08-31

그림이 있는 에세이136

 

 

위 그림과 글은 女流畵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

올해 봄 다시 쓰기시작 知人들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 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각고져 블로그에 올린다.  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