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142

뉴도미닉 2010. 3. 19. 00:37

   2010-01-27

   그림이 있는 에세이142 

 

  

  명제: 복을 드립니다. 1997년 작  12호 변형 하드보드에 유채


  깜깜한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에 촉촉이 겨울비가 내린다. 낮엔 진눈개비가 되어오더니

  차가운 눈물 되어 소리 없이 차디찬 겨울밤을 적시고 있다. 노란 국화꽃잎을 우려낸 차를

  홀짝이며 파이프오르간으로 듣는 '솔베이지의 노래’가 그윽한 향과 더불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여학교 시절 그리그의 음악에 취해 노르웨이를 동경하며 나이 들면 꼭

  가봐야 할 나라로 내 맘속에 담아놓게 한 결정적인 노래 ‘솔베이지의 노래’잘 부르지도

  못하면서 모임이나 노래자랑을 해야 할 적에 분위기 파악 못하고 청승맞게 길게 불렀던

  노래인데 오랜만에 무심코 오디오를 켰더니 흘러나오는 선율이 오케스트라가 아닌 파이프

  오르간으로 듣는 음원이어서 이 평화로움이 너무 좋다.


  화실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다 차 한 잔을 들고 무심코 오디오를 켰을 때 나오는

  음원의 울림이 가슴을 멍하게 할 적에 그 음악에 빠져드는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감동이란 게 별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각도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듣느냐

  에 달렸지 않을까? 내 마음이 열리고 반응하며 아파하기도 하며 기뻐하는 것 그것이 살아

  가는 의미가 아닐는지?


  감동은 내 마음을 청량한 하늘같이 맑게도 하고 시냇물처럼 졸졸졸 흘러 깨끗이 씻어

  주기도 한다. 감동은 우연히 본 그림에서, 책을 읽다가, 한 편의 영화나 연극 을 보면서

  그리고 지금 이렇게 웅장한 파이프올간 음색에 젖어 내 방안이 커다란 연주회장인 듯

  착각을 하게도 하고 웅장한 자연의 신비 앞에서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한 몫으로 힘을

  다해 뭔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상대를 배려함에서 인간적인 여백을 기억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진한 감동이 아닐까? 마음 가득 꿈을 갖고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 밤에 며칠 전에 친구들과 본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한 인간의 인생을 가장 사실적으로

  진실하게 표현 한 것을 여학교 국어시간에 공부할 때 동화책으로 봤던 내용이 궁금해

  두꺼운 책을 사서 때로는 무슨 말이지도 모르고, 지루해 하면서 그리고 눈물도 흘리며

  읽다가 나중에는 대충 읽고 말았었는데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보게 되는 기쁨이

  있었다. 스페인의 어느 감옥에 신성 모독죄로 잡혀온 세르반테스가 죄수들과 즉흥극을

  벌이며 자기의 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역설하는 즉흥극 형식으로 극이 전개 되었는데

  아름다운 노랫말과 생각을 하게하는 대사, 가끔은 웃게 만드는 재치 있는 위트와 함께

  웅장한 무대연출, 혼신의 연기를 다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3시간 가까이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묶는 감동을 연출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느냐는 알돈자의 비난하는 소리에 답하는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노래는 극중에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도 불려 지는데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워 이길 수 없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암울하고 빛이 들어오지 않은 컴컴한 감옥이라는 배경이 어울리지

  않게 노랫말이 아름답고 신선했으며 희망이 가득 찬 가사와 함께 감미로운 멜로디들이

  극중에 많이 나와 내 귀를 즐겁게 해줬다. 라만차 마을에 살고 있는 알론조 가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며 시종인 산초와 함께 모험을 떠나 갖은 기행을 보여주는 얘기를 리얼

  하게 보여주는 극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을 보는가?  세상이 지닌 더러움을 인지하고서도 추악

  하고 잔인한 현실이 놓여있어도 이 세상은 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실제로 되도록 노력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판단은 각자의 생각에 맡기는 뮤지컬이었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을 생각하게 하면서 웃고 울게 만들고 때로

  는 분노를 느끼게 하며 가슴 한곳을 처연하게 하는 내용들이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물씬 풍겨져서 몰입할 수 있었다. 한줌 빛으로 표현했던 감옥안과 밖, 배경으로 펼쳐졌던

  해바라기 밭, 안개가 자욱한 숲을 표현한 무대, 지하 돌 감옥을 형상화한 무대세트는

  물론이려니와 자유자재로 감옥 죄수들이 극중극의 배우로 변하는 모습들이 흥미진진했다.

  거울을 든 기사들이 돈키호테를 비추며 현실을 직시하라 할 적에 거울을 향해 전투를

  하자고 하면서 바라본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돈키호테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알돈자의 말 당신은 나의 기사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줬다는....


  올해의 1/12 을 보낸 나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나이 50이 넘으면 세월이 화살 같이

  날아간다고 하신 어른들 말씀이 생각난다. 매양 하는 일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돌아

  가는 일상에서 가끔은 나를 바라 볼 일이다. 멀리 시선을 두고 하늘도 쳐다보며 나목이

  되어있는 나무들의 숲도 바라보며 간절한 염원을 담고 내가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살아내노라면 2/12 도 3/12도........ 내게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날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는 멀리 사라졌고 입안에는 “둘시네야~~~”하던 멜로디 한가락이

  맴도는 밤이다.



  **복을 드립니다.:  시골 에 가면 두꺼운 하드보드 장판을 깔아놓은 집들이 많았다.

                    액자 뒷면을 덧대던 보드를 캔버스 대신 밑칠을 여러 번 해서

                    그린 작품이다. 망태기에 복이라는 글자가 있어서 한 아름 소국

                    을 담고 모과를 그려 넣으며 내 작품을 보는 이들이 복을 가득 

                    담아가길 염원하며 그렸던 작품이다.

 

 

     위 그림과 글은 女流畵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

     작년 봄 다시 쓰기 시작하여 知人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갖도록 오늘은 142편을 올린다.  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