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지난 13일 80대 후반의 벗님의 부친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신지 벌써 두 주가 가까워 오는데도
슬픔에 찬 괴로운 마음은 한층 심해가며 아래 사진과 글을 오늘 보내주셨다. 무소유를 그렇게
주창하던 법정 스님이 부러워할 일이다. 아직도 더 배울 것이 많다고 슬퍼하는 벗님이 안스럽
기만하다. 본인의 허락도 없이 돔의 블방에 올리게 되어 미안하기는 하나 많은 본보기가 될 것
같아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뿐이다. 돔
슬리퍼 밑창이 떨어져 본드로 붙이기를 몇 번
여의치 않으시자 노끈으로 야무지게 묶어 놓으셨다..
아파트 발코니는 아버지의 작업실이기도 했는데...
낡은 구두의 뒤를 잘라내고 작업화로 사용~
돋보기...
한쪽 다리가 부러져 수선해서 사용하시고 계셨다.
이전 것은 더 기가 막힌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 보니 버리셨는지 없었다.
다리가 부러지고 없는 안경테에 고무밴드를 연결해서 귀에 고정시켜 쓰곤 하셨으니..
최근 안경은 새엄마가 재활용 모으는 곳에서 주워 온 까만 뿔테였는데
병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늘 쓰고 계셨다.
주무실때도 벗지 않으셔서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눈을 떴을때 밝지 않은 것이 싫다고...
거실 한편에 아버지가 즐겨 읽으시던 잡지 한국 논단이 2권 들어 있던 봉투에...
고려시대의 고승..나옹 선사의 시를 적어 놓으셨다.
당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셨을까?
발코니에서 작업하실 때 앉던 의자...
다른 사람이었으면 궁상이라고 말했을까?
평생은 근검 ,절약을 실천하시고 가신 분,
300만원 가까운 연금소득자이시고,두아들을 의사와 교수로 키운 분의 유품이다.
살아 생전에 이것들을 볼때는 우스워서 깔깔거렸는데..
이제는 눈물을 쏟아내며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