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 배낚시
청평 배낚시와 옛 추억
수술하여 뱃속에 설치한 플라스틱 복막 도관으로 매일 투석을 하며 병마와 싸우다
거짓말처럼 완쾌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체력 보강도 할 겸 청평으로 견지낚시를 가잔다.
한동안 농 위에 두었던 견지를 꺼내 손질을 하고 다음날 4일 새벽 여섯 시에 집을 나섰다.
견지낚시를 시작한 지 어느덧 40여 년.....
임진강, 한탄강, 목계, 충주 보조댐, 단양, 소양강, 춘천댐, 백양리, 화천 청평, 모곡,
섬진강, 금강, 남대천, 남강 상류 산청과 생초 등...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한참 빠져들었을 때는 일 년에 팔십여 일을 다녔으니....
최근에 와선 조용하고 주위 경관이 수려하고 물고기도 많은 모곡을 주로 다녔다.
언제나 틀림없이 했던 일은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주위의 쓰레기를 주워담는 일.
낚시인들이 왜 그리도 주위를 더럽히는지...
경춘고속도로를 달려 설악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숲으로 덮인 강변길을 달리며
새파란 강줄기를 보니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아름다웠던 추억이 꿈을 꾸는 듯 떠오른다.
새벽녘이라 아직 방류[발전]하지 않아 검은 산 그림자만이 비추는 강물은 잔잔하고
안개 낀 강변엔 견짓배만이 나란히 오늘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덟 시에나 방류한다기에 뱃집에서 타주는 따끈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15분 전에야 주인이 끄는 배에 친구와 함께 탄다.
청평대교 하류 쪽 적당한 장소에 닻을 내리고 흐르기 시작한 강물에 낚싯줄을 내린다.
10분... 20분... 30분... 40분...
시간은 흐르고 낚싯바늘에 걸려 나오는 것은 청태뿐...
보통 10분 이내로 첫 고기가 잡히는 것이 정상인데 물 흐름이 약하다.
배를 옮겨달라고 친구가 전화를 한다.
견짓배엔 한 사람 또는 두사람이 타는 것이 정상이다.
물살이 훨씬 좋은 청평대교 위쪽으로 배를 옮기고 다시 낚시를 시작한다.
조용했던 날씨가 남풍이 심하게 불기 시작하여 배가 이리저리 욺직인다.
새벽에 확인했던 초속 3미터의 바람이 하필이면 맞바람이란 말인가?
십여 분만에 적비[누치]가 낚인다. 입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바늘을 빼고 바로 놓아준다.
뱃전엔 파도가 부딛쳐 물방울을 뿌리고 바늘엔 여전히 청태가 수없이 걸려 나온다.
운 좋게 오늘의 장원은 47센티의 누치.
잠시 크기를 재느라 비늘이 빠지는 고통을 겪고 바로 강물 속으로 천천히 살아진다.
오전 중 열 마리를 낚았다.
점심을 들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이 바람을 피해 댐 아래
상류 쪽으로 옮긴다. 바람은 점점 심하게 분다.
장끼의 울음소리가 가끔 적막을 깨는 강 건너 숲은 언제 보아도 다정하다.
문득 즐겨 타던 고무보트 생각이 난다. 두 사람이 타도록 특별히 제작한 고깃배.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담소 속에 낚시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오후엔 한 마리도 낚질 못하고....
낚시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끝내기로 한다.
견인선에 끌려가며 뒤를 보니 청평댐이 점점 멀어져간다.
즐거웠던 옛 추억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