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171
2011-09-09 그림이 있는 에세이 171
명제: 꿈을 담은 바구니 2011년 작 100P Oil on canvas 작품/글: 작가 정란숙
3000만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는 멘트로 TV 뉴스의 말머리기사가 뜨고 인터넷에서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운전할 때 주의사항을, 가족 간의 대화법을 알려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을 보면 추석 명절이 돌아옴을 실감 할 수 있다. 잠깐 밖에 나갔다 주차장처럼 되어있는 도로를 보고 들어오면서 아주 늦게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와 작업을 한다. 10월 초에 안산 예술의전당 초대전이 갑자기 잡혀 있고, 가을 전시가 줄줄이 이어져 고향에도 못가는 내 처지는 차라리 잘됐다는 심정이다.
우리가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우리는 핏줄로 서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이렇게 명절이 다가오면 실감하지만, 예전 같지 않은 삶이 우리네 삶을 점점 피폐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때맞춰 찾아오는 명절에 따뜻한 정을 주고받기가 더욱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면 행복 해지고, 받는 사람이 행복해 하면 나 또한 기쁘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나누지 못하는 나의 가난이 아쉽다. 아니 정말 부족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점점 가벼워지고 삭막 해지는 내 마음이 아닐런지......... 진정한 인간관계는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주고받음에서 생긴다. 진정한 나눔은 서로를 향하고, 서로를 위하는 것이다. 서로 상호적인 관계가 서로를 돈독케 하고 상승작용을 해서 사람답게 살게 하고 사람구실을 하게하는 것 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50호 캔버스에 바구니 하나 그리는 작업을 하고있다. 더 늦기 전에, 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어깨와 무릎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작업을 밀도 있고 추상적인 느낌이 나게 그려보려는 시도를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만만하지 않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실제 화면에 도입해 그리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넓은 여백에 바구니 하나만을 그려 넣기가 쉽지 않다. 작업실 공간이 좁으니 원근감 표현하기가 쉽지 않고, 내 시야에 화면이 다 들어오지 않아 난감한 적이 많다. 호흡이 짧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단숨에 선을 이어가는 것 또한 힘들다. 댓살 한 가닥 긋기에도 붓이 짧아 이어지지를 않아 애를 먹는다. 무엇보다 처음 의도 했던 대로 나오지 않고 전혀 다르게 그려지는 게 문제다. 지금 작업 하는 것도 그렇다. 꼴 잡고 밑그림 그리고 바구니 색칠을 하고 있는데 댓살 하나하나 그릴 때는 몰랐는데 테두리 댓가지에 색을 넣으니 의도 했던 대로 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바구니를 다 메웠으니 덧칠 해가며 의미를 주면서 작업을 해보려 한다.
되돌아보면 작업을 한지 30년이 넘었다. 처음엔 사실적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맸고, 그 사실적인 그림에 이야기를 담으려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려는 주제에 나의 인상을 표현 하는 것이 작업을 할수록 어려웠다. 이제 나의 작업에도 변화를 줘야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다른 세계를 펼쳐가려 노력하는 변화를 갖는 것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요즘 나는 깨닫는 중이다. 나는 누구인가? 묻기 전에 그림 그리는 여자로 살고 있는 나이기에 내 꿈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나의 가치를 부여하려 노력 중이다. 적당히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거듭나는 변화를 추구하고 공부해가야 내가 죽어 이 세상에 없더라도 작품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대로 의도했던 작업이 안 될 수도 있다. 많이 헤맬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하더라도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발전은 없을 것이기에 도전은 해볼 만 한 것이다. 날마다 봐온 바구니가, 날마다 그려서 익숙한 바구니가 캔버스 속에서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작업을 하다보면 매순간 다가오는 일상의 여러 현상들이 언제나 의미를 가지고 나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매양 작업 할 때의 마음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감정이 달라서 그때그때 새롭게 그려진다는 신기함을 혼자만의 기쁨으로 간직하며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려한다. 같은 재료, 같은 소재로 작업을 해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작업의 묘미가 있고 내게 기쁨과 확신을 주지만, 내 바람대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똑같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 생각을 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꿈을 가득 담아갔으면 한다.
시간이 꽤 흘렀다. 도로는 조금은 한가한 모양이다. 차 소리들이 요란하지 않은 것이........ 세탁물과 간단하게 장을 본 것 챙겨 집에 가야겠다.
** 꿈을 담은 바구니: 참으로 힘들게 작업을 한 작품이다. 작업 중에 오른 손을 다쳐 한동안 그리지 못했고 깊스를 풀고도 인대가 아물지 않아 줄긋기가 힘들었다. 커다란 바구니 안에 그대들이 마음껏 채우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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