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74

뉴도미닉 2011. 12. 6. 22:52

 

 

 

2011-11-03

   그림이 있는 에세이 174 

 

   

글/그림:작가 정란숙     명제: 사랑을 선물 합니다. 1995년 작 6F Oil on canvas

  

 

   "동반자와 함께 출발하려면 동반자의 선택에 신중해야한다. 낑낑대는 사람, 습관적인 염세주의자, 무원칙한

  동정주의자, 자의식이 강한사람, 유행을 쫓는 사람은 동반자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여행을 지루하고

  고행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현실적이면서도 열린 가슴을 지닌 사람을 동반자로 택하라. 현실적이면서도 열린

  가슴! 이는 당신도 꾸준히 키워가야 할 미덕이다“ 롤프포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글귀를 10박11일 동안 터키를

  여행하면서 떠올리며 다녔다. 우연찮게 내가 속해있는 단체의 몇몇 선생과 내가 터키국제비엔날레에 초대되어 작품을 보내고

  반응이 좋아서 이스탄불 국립예술대학에서 전시를 해주겠다는 초대가 되어 급작스럽게 현지 참가하는 작가 10명과 여행자

  6명이 전시만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터키를 가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역사의 땅이고 예수님과 성모님이 생전에 사셨던 곳이라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 나라여서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은 나라였지만 이렇게 부랴부랴 우여곡절을 겪으며 20여일 만에 여행단을 급조해 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개개인의 작가사정이 있겠지만 간다고 했다가 못가는 작가들과 가고 싶어도 여행경비와 일정이 안 맞아 못가는 작가들

  때문에 동반자 선택에 신중해야하는 것은 애당초 생각도 못했다.

  

   몇 날을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의 면면이 다 드러나 게 되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할수록

  불편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제대로 보려면 여행을 가서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봐야한다는 말이

  생각났지만 터키에 전시하러 간다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점점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했다. 그저 건강하게, 별일 없이 전시와 여행을 잘하고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자정에 만석(滿席)으로 떠나는 비좁은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몸살하고 날아간 이스탄불은

  여명이 떠오르기 전의 새벽이었다. 

 

   마중을 나온 예술대학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학교 에 가서 간단하게 씻고 단장을 하고 아침을 먹고(학교 안에 식당이

  있어 융숭하게 대접을 받았지만 12시간 날아와 새벽에 먹는 빵이........) 학교를 구경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

  건물이 아니라 기숙학원 같았지만 강의실 분위기가 아닌 풍경과 캠퍼스 시설은 부러웠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모습과 순박한 모습, 배우 송승환이 터키에 가면 기 가죽을 만큼 짙은 눈썹과 눈을 마주치면 빨려들어 갈 듯 한 긴 속눈썹

  속의 눈동자를 가진 젊은이들과 히잡 을 둘러쓴 여인들을 바라보면서 신비스러움이 가득한 나라에 왔다는 것 을 느꼈다.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갤러리로 가서 작품을 진열하고 오후에 오픈행사를 하는데 터키사람들 특유의 친절과 환대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피곤한데 그들은 오픈파티를 느긋하게 즐기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거리낌 없이 다가와 관심을 표명하며

  자유롭게 자기네 말로 얘기를 하는데 신통하게도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되니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느낌은 같고, 감동으로 소통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많은 작품 속에서도 유독 내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외국에 나가면

  내 작품은 인기가 있다(ㅎㅎㅎ). 같이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며(통역하는 유학생이 있었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이 가장 우월한 점은 현재의 순간을 누릴 줄 아는 그들의 능력에서 오는 듯하다”<라브뤼에르>

  언젠가 읽으며 그래!! 했던 글이 생각나면서 입시에 찌들어있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교되었다. 교수님과 교장선생님, 재단

  이사장이 있는데도 거리낌 없는 젊은 교수들과 예술학교의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스러운 어울림과 행동들........

  

   전시를 해놓고 터키중서부를 여행한 10일 동안 자유스런 생각과 삶을 살아가는 작가들인지라 하루 이틀 지나자 모남이

  들어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고 최소한의 인격은 모두들 지니고 있어서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조금은 여유롭게 구경을 하며 음식을 먹고 여행자체를 즐기며 내게 조금만 여유가 있고 함께 하고픈 친구가 생긴다면

  함께 바라보고 느끼며 좋아하면서 여기저기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다녔다. 수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흔적이

  있고 생생하게 펼쳐지는 역사의 땅을 눈으로 보면서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와 그 옛날 사람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종교의 힘과

  그 힘을 모아가게 하는‘리더’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지를 새삼 확인해보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우리네 삶의 여정에 '함께'가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 둔 여행이었다. 내게는........

 

** 사랑을 선물 합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길가에 이쁜 집들의 담장 너머로 주렁주렁 열려있는 석류나무와

      무화과나무, 관광지에서나 길에서나 탐스럽게 보이는 석류를 팔며 그 자리에서 즙을 짜서

파는게 신기해서 석류 그림을 올려보았다.

 

** 이 작품을 그릴 때는 가족간의 사랑을 생각하며 그렸고 바구니에 담아 사랑하는 마음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명제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