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176
2011-11-21
그림이 있는 에세이176
글/그림: 작가 정란숙 명제: 꿈을 갖고 날아라!! 2011년 작 사진
하늘을 향해 새들처럼 날고자 하는 열망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는 꿈이고 그 꿈을 실현시키고자
‘라이트형제’는 비행기를 만들고, 공상영화 속의 슈퍼맨은 망토 하나만으로 온 세상을 날아다녔다.
어릴 적 한번쯤 커다란 보자기를 두르고 쌓아놓은 이불 위에서 침대위에서 폴짝 뛰어내리다 어른들께 혼나고
다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또 모험심 많은 젊은이들은 높은 절벽 위에서 강으로 바다위로 다이빙을 하며
날고자 하는 열망을 실현시키기도 한다. 나는 그 열망을 카파도키아(페르시아 의 다리우스 왕이 아름다운 말의 나라,
말을 키우는 곳 이라는 지명으로 불렀다 한다.) 을 여행하면서 실현시켰다.
이른 새벽에 두꺼운 옷으로 무장을 하고 열기구를 타러 갔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컴컴한 새벽에 나와
커피와 따뜻한 빵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 관광객이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디서들 나타났는지...
커다란 풍선에 매달은 바구니에 몸을 싣고, (우리 바구니는 커서 32명이 탔다) 전날 화산 활동으로 화산재가 덮이고
용암이 굳어 내리며 갖가지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코라마’계곡과 ‘위르굽’‘괴레메’계곡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던 곳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신이 내려준 특별한 곳이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TV 만화 스머프 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요정들의 집 같은 버섯모양의 바위들, 요정 굴뚝같은 바위들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비둘기 집들이 있고 굴뚝같은 바위 위에 송이버섯 같은 바위3개가 그림처럼 있는 모습
(모두 3개씩 바위 위에 얹어 있었다. - 삼위일체를 뜻한다고 한다) 들을 2시간 가까이 하늘에 떠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을 바라보는 것도 환상적이었지만 100여개의 풍선이 일제히 하늘을 나는 풍경
또한 감동 그 자체였다. 만화<말괄량이 삐삐> 에서 삐삐가 친구들을 풍선에 태워 하늘을 날며 꿈을 이야기 해주던 모습을 보며
남의 일처럼 바라봤었는데, 세상을 살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순간에는 할 말을 잃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상상 속에서나 할 수 있던 것을 이 먼 곳 터키에 와서 실제로 경험을 하며, 나이 많은 사람도 피부가 다른 외국인들도
어린애마냥 좋아하며 동경에 찬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고 나 또한 참 행복했다.
‘데린구유’라는 그 옛날 20,000명이 살았다는 지하 도시, 바위 교회, 무덤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계곡 과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으흘라라‘ 계곡을 한 시간 가량 트래킹을 하며 영화 속에서 레이저 광선 같은 불빛들이 스쳐갔을 바위틈이
이곳이었을까? 하며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바위속의 교회에 그려진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그 옛날 사람들의 신앙심에
경외심에 생겼다. 많은 교회와 수도원, 땅을 파고 굴을 파 지하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하느님께로 향한 열정으로 숨어 지냈던 흔적들인
생활도구들과 질서정연한 도로, 많은 벽화와 모자이크 그림들을 보며 까닭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끝없이 펼쳐지던 땅 포도밭,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던 호박들, 하얗고 노란, 분홍의 특이한 바위형상들과 비둘기 집들이
무수히 많은, 그림같이 펼쳐져있는 풍경, 바위를 파고 계단을 만들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원시적 자연풍경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새하얀 눈이 덮여있어 빙하같이 보이던 석회봉우리 로 장관을 이루던 ‘파묵깔레“에서 족욕과
호텔에 있는 노천온천에서 선생님들과 ”저 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밤 같이 까만 눈동자“ 합창을 하며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던 밤! 아폴로 신전을 비롯한 로마시대의 유적지가 있던 ’시데‘깜깜한 에게해’ 바닷가 모래밭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하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근처 맥주 집에서 차디찬 맥주를 마시며
터키에서의 낭만을 얘기도 하고 커다란 크루즈 두 척이 들어와 사람들의 물결로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던
‘에베소’ 유적지를 구경하며 그 옛날 25000명을 수용했다는 원형극장에서 음향테스트의 일환으로 떠밀리듯
무대에 내려가 <오! 쏠레미오>를 얼떨결에 불러 실제로 마이크 없이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박수세례를 받으니 선생님들이 한국 사람인 것에 자부심? 을 느꼈다고 하셨다.
어쩜! 그렇게 잘 부르냐고(ㅋ ㅋ)...
즉석에서 모자를 벗어 돈을 걷는 정 선생님의 퍼포먼스에 박장대소를 하며 모자에 돈을 넣는 선생님들 때문에
<쉬린제 마을>에서 ‘ 리제차이(터키 홍차이름)를 일행들에게 사서 향을 음미하게 하는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세계1차대전 격전지인 <다다넬스 해협>을 건너 이스탄불로 돌아와 시내 야경을 구경하고 전시장에 가서 그림을 철수해
포장을 하고 성 소피아 성당, 토카프 궁전을 구경 한 다음 석양의 노을이 환상이었던 보스포러스 해협에서의 마지막 크루즈를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밤 비행기를 탔다. 어디를 가도 빨간 바탕에 초생 달과 별이 그려진 국기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사원에서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애잔(기도시간을 알리는 코란)에 맞춰 정중하게 기도를
하는 사람들, “싸요”를 외치며 친절하게 웃던 터키사람들의 신비스런 눈 과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많은 ‘다름’들을 만난다. 그 ‘다름’들에 각자 다양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그 다름이 서로를 일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던 여행이었다.
** 꿈을 갖고 날아라!! : 마땅한 그림이 없어 열기구를 타며 찍었던 사진중의 하나를 올렸다.
내 생애에 또 이런 날이 올까?
운이 좋아 열기구를 탈 수 있었던 기쁨이 있었다.
(참고로 열기구는 날씨가 안 좋으면 탈수가 없단다. 일주일전에 사고가 있어
열기구를 띄우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바람이 없어 많은 열기구를
사고 후 처음으로 띄웠다 한다. 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