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찌든 부용[芙蓉] 꽃
긴 장마에 찌든 부용[芙蓉] 꽃
장마가 끝이 난 지난 8월 4일은 개이겠다는 예보를 듣고 이맘때면 꽃을 피울
부용 꽃을 보러 율동공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다음에 가려고 챙겼던 카메라를 제자리에 두고 커피를 끓이는데 무섭게 내리던 소낙비가
거짓말처럼 그쳐 비스킷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고 계획대로 집을 나섰다.
아침이라 텅 빈 율동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개천을 보니 빨간 흙탕물이
개울 바닥을 꽉 채운 채 호수로 흘러들어 간다. 대여섯 마리의 오리는 떼를 지어 흙탕물에
반이나 묻힌 갈대밭을 훑으며 먹이를 찾는다. 심하지는 않으나 산에서 흘러내린 황토와
모래가 예쁘게 포장한 우레탄 길 여러 곳으로 흘러내려 질퍽하다.
부용이 자라는 책테마파크 쪽 흙길로 들어서니 여러 곳에 물이 고이기도 하고
패이기도 했다. 여름 내내 장맛비로 손을 못 봐서인지 아름답던 조각공원 잔디밭은 온갖 잡초가 자라
폐허가 된듯하다. 수십 그루가 모여 꽃을 피운 부용은 강풍에 많이 쓰러져 있다. 전 같으면 작은 접시만 한
크고 예쁜 꽃들이 피었을텐 데 장마에 찌든 탓인지 오종종한 게 작고 벌레가 파먹은 것도 있다.
그러나 얼마나 기다렸던 부용 꽃인가!
꽃들은 비에 젖어 축 처졌으나 비를 피해 꽃에 숨은 작은 곤충들이 귀엽기만 하다.
△ 8월 4일 율동공원에서 △
그 후로 사흘 동안 매일 비가 내렸다. 다행히 7일은 아침에만 비가 내려 그 이튿날 낮에
부용을 다시 찾았으나 워낙 장마로 오랫동안 시달려서인지 꽃이 화려하지 않다. 내년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오니 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있다. 아쉽기만 한 목요일이 이렇게 지났다.
△ 8월 8일 율동공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