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 날 새벽에도 일찍 일어났다.
커튼을 여니 그믐달이 떠 있는 아직 어두운 밤하늘 아래로 동이 트기 시작…
수평선 위로 활활 타오르는 태양을 오늘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두꺼운 구름층이 미리 자리 잡고 있으니…
강구 포구의 아침
일찍 일어난 일행은 강구 읍내로 이동…
길가에 철마기사식당이라고 쓴 간판 아래 아침식사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할머니가 탁탁 도마 소리를 내며 무엇인가 잘라 끓여준 된장찌개가 유난히 맛있다.
할머니 설명에 의하면 어쩌다 그물에 잡혀 죽어나온 영덕게 몇 마리를 구해 냉동해 두었다가
귀한 손님에게만 넣어 찌개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사실 그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아직 영덕게는 금어기라 지금 영덕게[대게]라고 파는 것은 다 가짜이고 홍게라고 한다.
어젯밤 마음에 두었던 영덕게를 사 먹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11월에나 금어기가 풀린다는 할머니와 잡담을 마치고 새로 정한 오늘의 목적지
안동 하회마을을 향해 영덕을 지나 34번 도로를 한참 달리는데…
"아이고 내 정신이야! 아침 식사비를 주지 않았네!!!"
진도화의 탄식.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돈도 안 내고 그대로 떠나왔던 것.
잠시 망설였으나 핸들을 돌려 다시 그 식당으로 향했다.
몇십 분 만에 다시 들어선 일행을 본 할머니가 의아해한다.
할머니도 재미있는 잡담에 아침 식사 값 받는 것조차 깜빡 잊고 있었던 것.
아침값 2만 5천 원을 주고 다시 떠난 일행의 마음을 이렇게 후련하고 즐겁게 할 줄이야…
안동으로 가는 길에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황장재를 넘을 때까지 길가에 펼쳐진 과수원엔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태풍으로 피해를 보았으리라는 오해가 풀린다. 대추도 풍년.
안동 시내를 한참 지나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바람 한점 없는 날이 무척 덥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하회마을까지 걸어갈 일이 막막하다.
출입구 경비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동리 입구까지 차로 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명소는 거의 대문이 잠기거나 출입금지 표식이 있어 관람을 일찍 접어야 했다.
좀 늦게 점심을 하고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으로 가기로 했다.
뜻하지 않게 오늘은 내륙에서 관광을 하게되었다.
안동 하회[河回]마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의 민속마을. 중요민속자료 제122호. 188가구(1988)의 풍산유씨(豊山柳氏) 동족마을로
낙동강 중류인 화천(花川)이 S자로 회유(回流)하여 절승을 이루며 별신굿 등의 민속과 조선 시대의 건축물이
전승 되고 있다. 마을 중심도로를 기준으로 남촌· 북촌으로 나누며, 보물인 양진당(養眞堂)· 충효당(忠孝堂)을
비롯하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9채의 가옥이 있다. 비정기적인 민속놀이로 별신굿놀이가 정월 초에 행해지고
시회(詩會)에 곁들여지는 강상유화(江上流花)인 줄불놀이가 7월 15일에 열리는데, 별신굿에 쓰이던 고려 때의
탈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그 밖에 문화재로 지정된 유성룡(柳成龍)의 유적 및 유품이 많이 남아 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영주 소수서원에 도착.
관리사무실에 들러 안내를 부탁했다. 몇 사람 안 되는 일행을 위해 흔쾌히 응해 준
자원봉사자 류인술님이 고맙기만 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장소로 옛날 선비들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곳.
해박한 지식으로 간결한 설명을 하며 서원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굶주린 백성을 위한 방편으로 높은 굴뚝을 없애고 바닥에 설치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은
일행의 심금을 울린다.
선비마을 관람은 시간이 촉박해 박물관 관람으로 마감.
연잎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연못을 지나 죽계천을 따라나오는 발길이 아쉽다.
급히 나오느라 사무실에 들러 인사도 못하고 떠나온 무례함을 사과드린다.
주차장에서 파는 빨간 사과가 눈길을 끌어 한 상자를 샀는데 일찍 수확해서인지
맛은 별로라 마음이 씁쓸하다. 아직도 2개가 냉장고에 남아 있으니….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사적 제55호로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서원이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 서원이며,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1543년[중종 38년] 풍기군수[豊基郡守] 주세붕이 고려의 유학자
안향을 모시고 제사하기 위해 서원을 세웠다. 주자의 백록동학규[白鹿洞學規]를 채용해서 유생들에게
독서와 강학의 편의를 주고, 이름을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이라고 하였다. 1544년에 안축[安軸]과
안보[安補]도 함께 배향하였다. 1550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하여 조정에 건의해서 왕의 친필로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액[額]을 하사받았으니, 소위 사액서원의 시초였으며, 이로써 나라가 인정
하는 사학(私學)이 되었다. 1633년[인조 11년])에는 주세붕을 추가로 배향하였다.
소수서원
내비를 경남 함양으로 지정하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어두워진 동리의 불빛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한참 어두워져서야 함양에 도착했는데…
호텔이고 모텔이고 이미 만원. 전국체육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알았다.
막막하다.
다시 남원을 내비에 지정하고 깜깜한 고갯길을 달린다.
고갯길을 넘어 한동안 달리니 멀리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모텔 네온사인!!!
인월이라는 작은 읍에 있는 해비치모텔이다.
어찌나 반가운지…
훌륭한 시설이다. 1박에 4만 오천 원.
모텔 바로 옆엔 커다란 한우집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불판에 굽는 어제 산 양양 송이버섯의 향기가 코를 찌르고 생전 처음 송이로 포식.
등심도 굽고 소주도 몇 잔씩 주고 받으며 오늘의 피로를 푼다.
혼자 핸들을 잡고 달려온 힘든 하루였다.
인월리 한우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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