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5 그림이 있는 에세이175
글/그림:작가 정란숙 명제: 사과의 꿈 2008년 작 8P Oil on canvas
남한 의 국토 7.8배라는 터키를 다 볼 수는 없어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샤프란블루, 가파도키야, 콘야, 시데, 안탈랴, 파묵깔레, 에페소, 쉬린제, 아이발릭,트로이,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출발했다. 하얀 벤츠 리무진버스에 16명이 각자 자리하나 씩 차지하고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피곤하면 꾸벅꾸벅 졸다가 휴게소에 들러 돈을 내는 화장실에 줄을 서며 볼일을 보고, 수다를 떨며 한참을 가다가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차에 오르면 다음에 갈 곳의 역사와 배경 주의사항을 한 시간 넘게 재미있게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듣다보면 관광지에 다다르고, 어디서 모이자는 약속과 함께 시간을 주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비슷비슷한 길이 많아 몇몇 선생님들이 길을 잃어 고생을 했었다)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고 주변 상가에 가서 무엇이 있나 구경하며 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특이한 장신구들을(그림을 그린 사람들이라 보는 눈이 매서웠다) 흥정하며 사가지고 버스에 올라와 품평회를 하면서 서로 나눠먹고 다니는 여정이었다.
공장은 거의 보질 못했고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에 추수하여 누렇게 흔적만 있는 넓은 밀밭과, 아주 작은 사과가 빨갛게 달려있는 사과밭, 올리브과수원으로 이어지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탓에 땅에서 한참 올라오게 지어진 집(대부분 일층은 가게나 창고로 쓰인다 함)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가도 가도 아기자기한 바위, 잔잔한 나무와 또 어떤 곳은 특이한 바위로 이어지는 돌산에 소나무와 전나무 향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나라처럼 활엽수는 거의 보질 못했는데 비가오지 않아서인지 윤기가 없이 서있는 토로스산맥을 중심으로 중서부를 다녔다. 석회질로 구성되어서일까? 울창한 수풀의 산은 구경을 못했다.
넓은 만큼 척박한 땅도 많았는데 국토가 적은 우리나라는 어떻게든 개간을 했을 것이다. 넓은 대지에는 간간이 터키특유의 농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봄이었으면 초록색 언덕과 들판위에 한가로이 떠있는 하늘의 구름과 빨간 기와지붕 밑의 하얀 벽과 창문을 구경하는 것도 장관(壯觀)일 거라고 상상을 해보았다.
전시 오픈을 해놓고 처음으로 찾아간 술탄 아흐멧 사원 (블루 모스크)의 웅장함과 푸른색의 스테인드글라스와 타일의 형형색색의 화려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바닥에 깔린 카펫의 독특한 디자인과 색은 기하하적이면서도 회화적이고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의자에 앉거나 서서 기도를 하는 기독교와는 달리 앉아서 기도하고 경배를 하는 이슬람예배 때문에 발전한 카펫의 다양함은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정교함과 무한함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앞 광장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에 버금가는 사원을 짓겠다는 모슬림들의 염원이 이뤄낸 종교 건축물로 어떻게 저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가 문양을 새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정말 불가사의였는데 성 소피아 성당을 둘러보면서 감동과 경이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터키를 간 목적도 성소피아 성당에 그려져 있는 예수님 모습을 보고팠기 때문이고 또 에페소 에 있는 성모님의 집을 가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성모님의 집은 가보지 못했다. )
성 소피아(하기아 소피아)란 이름은 기독교에서 신에게 봉헌된 3개의 부가물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기아 소피아 (성스런 지혜), 하기아 이레인(성스런 평화), 하기아 디나미스(성스런 힘) 중의 하나인 성 소피아성당은 비잔틴 시대에 세워진 로마식 기념비인데 멸망하여 교회내벽과 외벽이 회칠로 가려진 체로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다가 터키공화국의 창시자의 명령으로 복구사업을 거친 후에 비잔틴 모자이크들이 빛을 보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가이드 말로는 다 복구하면은 기독교가 이슬람보다 우월함이 나타날까봐 안 한다고 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그 많은 돌과 대리석으로 어떻게 지었으며 작은 모자이크 하나 하나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정교하게 이어 붙일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정면의 성모님과 아기예수님의 모습도 좋았지만 이층복도에 그려져 있는 “디시스”라고 불리는 성모님과 예수님, 세례자요한의 모자이크그림은 인쇄물로 봐왔던 것과는 확연 달랐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예수님 얼굴의 뽀얀 살결은 방금 그린 것처럼 건강하고 아름다웠으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눈과 멀리 타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참배하는 나에게 뭔가 말씀하실 것 같은 입술은, 14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게 내게 다가왔다. 예수님의 눈은 어느 각도에서나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에서 자신만을 향하게 그려졌다는데 위치를 달리해서 봐도 예수님은 나를 보고 계신 것을 확인하며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예수님을 내 마음에 담으며 주모경(주님의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가만가만 바치며 나의 바람을 기도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성당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나와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성지순례로 왔으면 좀 더 가깝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기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축복받은 나라의 국민들의 주식인 케밥과 초르바 (터키식 스프), 터키식 카우베(커피)를 먹으러 호텔로 향했다.
** 사과의 꿈 : 새콤달콤한 과육을 한입 베어 물기까지 바람과 해와 땅의 수고로움을 기억하기위해 바구니 안에 사과를 담고 땅, 나무, 하늘의 색을 표현해 그린 작품이다.
^^ 식사 가 끝난 후 디저트로 나오는 각종 푸딩과 케잌은 먹지 않고 조그만 사과(우리처럼 커다란 사과는 볼 수 없었다. 지천으로 있는 사과나무에 언제 약을 치고 비료를 주냔다.)를 먹고 하나를 가지고 차에 올라 무료해지고 시장하면 껍질째 와삭와삭 깨물어먹었던 것이 생각나서........... 배는 맛이 없는데 사과는 맛이 있고 땅포도와 멜론도 맛있었다. 모두가 웰빙식 이었던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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