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141

뉴도미닉 2010. 1. 16. 00:46

 

       2010-01-05

        그림이 있는 에세이141 

 

                    

     명제: 선물 2000년 작 4F Oil on canvas


    주위는 점점 어두워간다. 앞집 빌라지붕위의 소복이 쌓인 눈만이 하얗게 빛나는 시간, 엷은

    커피 한잔을 만들어 홀짝거리며 창가에 서서 골목안의 풍경과 빌라의 후원을 바라보며 생각

    에 잠긴다. 희망과 절망이 내 안에 함께 있어 어떤 상황이 오면 희망을 떠올리고  또 절망에

    몸부림치는 나만의 살아내는 이야기는 새해가 다시 오고 또 날이 바뀌어 또 다른 새해를 맞

    아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


    작년오늘! 아이들과 눈 내리는 베니스 항구에서 덜덜 떨며 배를 타고 Saint Mark 성당을    

    찾아가 웅장하고 그리고 형언할 수없는 슬픔이 몰려오며 아름답고 현란한 성화들을 보면서

    기도하고 또 다른 성당에 가서 미술사를 전공한 딸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각들을 바라보며

    성화속의 얘기들을 묵상하며 다녔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름답던 성당들, 곤돌라가 정박해있던 운하, 다리위로 펼쳐지는 많은 가게 안에, 추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관광객들의 호기심어린 눈을 현혹하는 수많은 인형들, 유리공예품들....

    그 자그마한 물건들이 반짝거리며 환한 유리 진열장에서 "나는 여기 있어야 되는 것이 아녀

    요. 어서 나를 꺼내 주셔요."하는 듯 했다.

    그림을 그리고 유리공예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의식이 늘

    깨어있는 상태로 그림을 그리고 공예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각각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

    에 감동의 물결이 일게 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희망으로 가슴가득 행복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깨어 산다는 것은 뭣일까? 어떤 일과의 만남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긍정적

    으로 바라보고 믿어주는 삶이 아닐까?

    그 어떤 의미가 내게 와서 또 다른 삶이 되어주며 희망을 주고 또 절망도 느끼게 하며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열려있는 마음이 아닐 런지!! 삶의 진정한 변화는

    내가 살아가면서 얼만 큼 간절하게 애원하고 구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메주고리에에서 로마

    에서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며 바라보고 기도하며 공부했던 수많은 조각들과 성화, 그리고

    미술품에서 느끼며 예술작업이란 인간의 삶을 하나로 묶어서 보여주는 그 무엇이다 고 생각

    을 했었다. 내 의식을 희망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작업!!


    오늘은 달이 뜨지 않았다. 향나무 위에 반달모양처럼 수북이 쌓여서 어둠속에서 빛나는 눈이

    아주 가까이 보이는 달처럼 보여 지는 밤이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눈꽃을 만들고

    있는 나무와 풀 위에 내려앉은 깨끗한 눈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낮과 밤은 살아있는 생물

    들에게 생활할 수 있는 힘과 쉼 자리를 제공한다. 태양이 뜨는 낮에는 큰 걸음으로 건너뛰고,

    진창으로 변한 길을 돌아가며 그리고 쉼 없는 마음으로 지내다 별이 뜨고 달이 떠있는 밤은

    낮 동안 살아내느라 허덕이며 지났던 몸과 맘을 돌아보게 하고 꿈을 꾸며 희망을 갖고 쉬라

    고한다. 오늘밤은 하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멀리 보이는 높은 아파트의 지붕의 네온만이    

    노랗게 반짝이고, 가로등 불빛아래 쌓여있는 눈뭉치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낮에는 이리저리

    밀쳐지고 치워져 더럽게 보이던 눈들이 베일에 싸인 어둠에 묻혀 더없이 순백하게보이고 깨

    끗해 보인다. 참! 좋다. 은총인 듯 고루고루 빠짐없이 내려앉던 눈.


    나이 먹으면서, 또 한 살의 나이를 먹은 새해벽두에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 내 힘이 미치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한 갈망도 느끼지만, 체념도 배우고 어리석음도 어정쩡한 허세도 배우고 

    체면도 유지하려하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고픈 유혹도 느낀다. 혼자서는 살 수없는 세상

    이라는‘터’에서 맑고 깨끗하게 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혼자 자위

    하는 이 밤에 비우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욱 절제하며 인내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새해가 되었다. 뭘 해야겠다는 다짐도 없이 그저

    새날을 맞았다는 생각뿐이다.


    어제 밤에는 지인이 보내준 회사 수첩을 들고 줄이 그어진 텅 빈 공간들을 들여다보며 올 한

    해 여기에 뭘 채워놓을 것인가?

    무슨 얘기들을 엮어 써 나갈 것인가 한 장 한 장 뒤적여 보았었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 지도

    도 세계지도도 보고 시각도 보고 지하철의 노선을 보며 할일없이 집에서 작업실 오는 거리도

    재보며 그리고 주요기관의 전화번호들을 훑어보고 생활에 필요한 서식들을 써놓은 것을 보면

    서 나도 조금은 살았다 싶은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만큼 인생의 굴곡진 주

    름이 조금씩 실감나고 웃고 우는 인생사에 마음이 쓰이는 나이가 되니 적당히 부풀은 뱃살에

    도 너그러워지고 마음도 조금은 느슨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새롭게 살아보려 한다. 뱃살도 빼려 노력하고 긴장도 늦추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해 보려한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쓰는 글인데 오늘은 글이 쉽게 쓰여 지지가 않는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과 단어들이 뒤죽박죽 얽혀 엉망이어서 놓쳐버린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

    한다.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풀어져 쓰여 졌다. 살면서 놓치고 마는 것이 어찌 이 글

    뿐일까?


    냉장고에 하나있던 배를 깎아먹으며 창 너머 보이는 밤 풍경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2010년

    일월 초닷새 날 밤.

 

 

   **선물: 먹음직스런 먹골 배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아 바구니에 옮겨 담고

           하얀 꽃 인양 천을 깔고 거기에 바늘꽂이와 골무를 그렸다.

           예전엔 이바지하는 물건을 바구니에 넣어 천으로 곱게 묶어 보냈다.

           보자기를 풀어 이바지를 확인하며 즐거워했던 어린 날 추억을 그리며.

  

 

   위 그림과 글은 女流畵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

     작년 봄 다시 쓰기 시작하여 知人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갖도록

     오늘은 141편을 올린다.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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