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화산석과 파란 바다…
제주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풍경이다.
콘도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바닷가
한점 두 점 떠있는 구름 사이로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여행 엿새째가 되는 제주에서의 첫날이 밝아왔다.
제주 사조 리조트[콘도]
친구 부부가 최근 미국에서 단체 관광으로 두 번이나 다녀갔던 제주이고 보니
볼만한 곳을 선정하느라 잠시 고민스러웠다.
3박 4일을 머물며 보여 줄 것은 가보지 못한 자연경관뿐이라는 결론.
제주의 첫 발걸음은 친구가 약속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
친구가 회원으로 있는 엔카[演歌] 카페 제주정낭회 演歌村 카페지기이고
카페 모임 회장이기도 한 野原님이 바로 그 사람.
제주 시내에 있는 거실 겸 작업실인 아늑한 그의 집에 들러 손수 끓인 커피와 쿠키를 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시간 가까이 환담이 계속되었다.
엄청난 엔카 음원을 수집 보관하고 편집하며 카페를 운영하는 그의 혈기는 젊은이와 같다.
거실/작업실에서 친구와 野原의 만남
오늘은 용머리해안을 보기로 하였다.
이곳은 바닷물이 빠져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오후 간조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남는 시간에 항몽유적지와 한림공원을 보기로 하고 출발…
아름다운 날이다.
항몽유적지[抗蒙遺跡地]에 도착했다.
정서가 서린 삼별초 군이 마지막 보루였던 항파두성[缸坡頭城]이다.
1273년 1만 2천여 명에 달하는 여 몽 연합군의 총공격으로 항파두성이 함락되고
삼별초 용사들은 전원 순의[殉義]하고 말았다.
자원봉사자의 설명
화장실을 장식한 타일로 된 항몽 전투 벽화
항몽순의비 앞에서 일행은 잠시 묵념하며 순의 한 삼별초 용사의 명복을 빌었다.
박 정희 대통령이 방문하여 심은 나무[좌측]와 박근혜 전 대표가 심은 나무[우측]
한림공원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돌담에 둘러 싸인 밭과 노지에서 자란 귤
점심때가 되어 한림공원에 도착 야자수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공원 관람을 했다.
한림공원은 10만 평에 달하는 규모로 1971년 창업주 송봉규 선생이 불모의 황무지 모래밭을
사들여 첫 삽을 들어 현재의 울창한 공원으로 변모시켰다.
1995년 중국국가 주석 장쩌민, 2000년에 일본 전 총리 나카소네, 2002년에
핀란드 국회의장 등의 유명 인사가 다녀간 곳.
공원은 야자수 길 - 협재굴/쌍용굴/황금굴 - 제주 석/분재원 - 재암 민속마을 -
사파리 조류원 -재암 수석관 - 연못 정원 - 아열대 식물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야자수 길에서
아열대 식물원 길에서
연못 정원에서
연못 정원에서
12번 순환도로를 달려 3시경에야 용머리해안 주차장에 도착했다.
북쪽으로는 종 모양을 한 산방산이 우뚝 솟아 남쪽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멜기념관을 지나 바닷물이 빠진 좁은 해안 통로를 들어서니 평범하게 보였던 곳에 자연이 만든
절경이 펼쳐진다. 70만 년의 긴 세월을 지나며 깎아낸 사암층 암벽은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끼게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좁은 통로에 여인들이 파는 해산물로 더럽혀진 광경은 옥에 티가 아닐는지…
우아하게 버티고 서있는 산방산
뻥 뚫린 95번 서부관광도로를 달려 콘도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찾아왔다.
북쪽 창문으로 바라본 깜깜한 제주 해협엔 고깃배의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꿈결같이 펼쳐져
잠시나마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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