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여행 여덟째 날이 밝아온다.
여행 중 아름다운 일출 장면을 한 번도 못 봐 새벽 일찍 나섰다.
제주도 동북 해안으로 갈 예정으로 혼자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 중간 지점에서 잠시 멈춰야 했다.
동녘 하늘에서 황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미소를 머금은 고운 얼굴이 떠다니는 검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불태우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
목적지에 갈 시간이 없어 샛길로 빠져 바다 쪽으로 무조건 달렸다.
태양은 끝내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부끄러운 듯 숨어 구름만 빨갛게 물들인다.
수평선 위로 녹아내리는 듯 떠오르는 광경은 끝내 못 보았으나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길가에 활짝 핀 분홍 꽃을 보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들떴던 마음을 조용히 달래본다.
하루를 더 머물고 싶어 지배인에게 알아보니 오늘 600여 명의 학생이 단체로 투숙하기로 예약이 되었단다.
다른곳으로 옮기기도 그렇고 친구 의견도 그렇고 하여 오늘 제주를 떠나기로 했다.
성산항에서 떠나는 12시 배를 타기로 했다.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운에 맡기고 우선 친구가 약속한 카페지기 野原을 만나러 제주시로 향했다.
늦어도 10시까지는 성산항에 도착하여 첫 번째로 대기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
멀리 일출봉을 보면서 성산항에 도착하니 열 시 반…
좀 늦은 탓인지 이미 첫 번째로 누군가가 대기자 명단에 등록해 우리는 두 번째.
총 16명의 대기자가 가느다란 희망을 걸어보는 긴 시간이 흘러간다.
출발 10분 전에야 대기자 1번을 호명하는 소리에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2, 3분 후 우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
얼마나 반가웠던지…
운 좋게 마지막 두 번째로 오렌지 호에 승선.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은 두 분께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2시가 조금 지나 회진 노력항에 도착.
남은 시간의 일정은 배 안에서 짜보았다.
보성 차밭에 들린 다음 우리나라 최남단의 땅끝마을로 가기로 결정.
회진을 빠져나와 보성으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울창한 삼나무 길을 올라간다.
대한다원 직영매장 앞 길가엔 오랜만에 보는 백일홍 등 반가운 꽃들이 활짝…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니 사진으로만 보던 널따란 보성다원 차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잘 정돈된 초록색의 그림 같은 차밭!
찻잎 따는 여인네들이 있었더라면 더 운치가 있었을 것을…
따듯한 차 한 잔이 그리워 매장에 들렸더니 월요일은 휴무란다.
기념사진만 찍고 한국차 박물관으로 갔으나 이곳도 역시 휴무.
우리는 땅끝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땅끝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살짝 깃들기 시작할 때.
휴계소에 들렀으나 짙은 구름으로 낙조 없는 바다만 외로워한다.
관광은 내일로 미루고 하산하여 마을 부둣가 전망이 좋은 땅끝비치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식당 초록물고기 집 할머니가 끓여주는 해물탕에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추기며 오늘 여행을 되새겨본다.
내일 아침 일출 광경은 어떨까…
텅 빈 방에서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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