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6
그림이 있는 에세이153
명제; WORK, 2010년 작 40F oil on canvas
가을 날씨답지 않게 을씨년스런 날이 계속되더니 오늘은 맑게 개었다. 하늘은 파랗게 열려서 내 마음이
풍선처럼 두둥실 떠간다. 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나 순수하게 느껴져 내 안에 들어 있는 욕심이나 갈망을
드러나게 해 부끄럽게 한다. 운동을 하고 들어오면서 바라본 하늘이 눈부시다.
그 하늘 아래 소외되고, 살아내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날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살아 있으니 모자란 것도 많고, 조금은 힘이 들어도, 하늘 아래에서의 삶은
모든 것이 경이로운 것은 아닐는지?
사는 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대항하기도 하고, 또 화해해가며 풀어내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생각이 절망조차 희망으로 변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나는 가끔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살아내야겠다는 각오를 하곤 한다.
화실에 들어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책과 우편물 그리고 며칠 전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봤던 연극 “채광창”
리플렛을 정리하다 딸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떠올렸다. 가까이 지내는 이 교수님 연극 공연을 함께 보자는
딸의 마음 씀씀이 좋아서 함께 봤던 공연, 1년이 넘도록 뵙지 못한 사이에 얼굴이 많이 상하신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열심히 학교와 극단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활약을 하시는 교수님의 연출은 이번 연극에서도
기대 이상이었다.
스페인 내란을 주제로 한 부에로 바예호(Buero Vallejo)의 작품인데 그는 스페인 현대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몇 년 전부터 이 작가의 극본으로 발표를 하시는 이 교수님의 연출력은 간결한 무대, 깔끔한 대사,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무대를 내려다보면서 곧 펼쳐질 공연에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는 감동이 있다. 대학교 연극제를 통해 지도하는 학생들과 작업을 통해 <채광창>을 선보이시더니 무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시고 원로배우들과 중견 및 신진 배우들이 함께하는 전문 연기자들의 의미 있는 무대로
<채광창>을 다시 올리신 것이다.
<채광창>은 반지하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사는 가족의 은폐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다. 세상의 가난은
사라질 리 없지만 그 가난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조차 거두어 버리며 자신을 합리화 하는 세상에서 '나무를
보는 것이 제대로 숲을 보는데 지장이 된다.’ 라고 확신했던 시절을 부정하며 이미 죽어버린 몇 그루의 나무를
헤아리기 위해 현실에 도전하다 사라지는 내용이다.
깊이 생채기가 난 아픈 상처를 안고 가난하게 사는 삶이 싫어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우거진 숲 속에서 이름 없이 그 속에 쓰러지고 말라서 비틀어진 나무들로
표현된 작품이었다.
아픈 기억이지만 진실을 찾아가야 하고 진실 위에서만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채광창>에서
밝히고 싶어 하는 극작가의 진실을 이 교수님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셨다. 무대 전면 한복판에 걸어놓은
채광창에 비친 행인들의 그림자와, 암전이 될 때나 조명이 켜질 때의 채광창에 비추어진 빛은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회의를 느끼고 사는 우리에게 한 줌의 희망의 빛으로 표현되는 것을 나는 느꼈다.
어두움을 통하여 밝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고, 누구나 인생살이에서
고통을 겪으며 사는 것은 인생 자체가 무상하기 때문이다. <로고 테라피)>를 창시한 빅 토어 프랑클 은 “우리가
인생의 어떤 험한 처지에 있다 해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살아갈 힘을 갖는다.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든 고통스런 처지를 견디면서 살아갈 수 있다.” 라고 말했다. 펼쳐진 삶 속에서 무엇이든 이끌어
내어 나의 몫으로 만들어 간다면 만족보다는 보람으로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하늘은 이제 석양의 빛에 사위어 간다. 작품 속의 아버지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
“ 이 사람은 누구인가”를 나도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누구인가?
WORK :
하얀 캔버스에 바구니 절어진 모습을 그렸다.
댓살 한 줄 한 줄에 보이지 않은 장인의 손길이 있고, 많은 얘기들을 담고 있다.
붓질 하나하나에 혹여 소홀히 대하고 넘어가는 나의 이야기는 없는가? 하며. 힘들게 그린 작업이다.
위 그림과 글은 作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작년 봄 다시 쓰기 시작하여 知人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갖도록 오늘은 153편을 올린다.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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