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1

뉴도미닉 2011. 6. 12. 10:28

 

 

 

 

  2011-05-09

  그림이 있는 에세이161 

 

 

   명제: 연잎의 사랑 2011년 작 oil on canvas

   그림/글: 정란숙

   

 

  오랜만에 북한산을 찾았다. 우이동에서 걷기 시작해 대동문을 거쳐 용암문을 지나와 도선사 입구로 내려왔다.

  오전 10시부터 걷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쉬었다 걷기를 반복해 땀을 흠뻑 흘렸다. 산을 내려와 근처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찜질방에 누우니 피로함이 개운함으로 바뀌고 모든 번뇌가 가시는 듯 했다.

 

 

  산은 꿈틀꿈틀 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연두 빛 이파리와 초록색 잎이 어우러져 싱싱함이 더했다. 핑크빛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길섶에 옹기종기 모여 노란 꽃잎을 앙증스레 달고 있는 애기똥 꽃 의 수줍음을 바라보며

  하얀 산 벚꽃 이 눈처럼 떨어진 길을 걷노라니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기쁨이, 바라볼 곳이 있다는 생각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가쁜 숨을 쉬면서도 좋았다. 산의 향기를 맡고, 산이 내뿜는 정기에 내 마음을 열어놓으며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서 원천적인 삶의 터전이고 배경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영국의 등산가 F.S. 스마이드는 <산의 정기>에

  "자연은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훈련으로 정복 되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한 부분

  이며 만물에 이어진 아름다움과 장엄이다. 산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삶의 의미를 배운다.”고 했었다.

 

 

  쇠귀천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소리는 사람의 소리에 비해 얼마나

  맑고 신선한지...... 일요일이고 어버이날이어서 인지 산악회 소속의 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떠들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괜스레 산에게 미안해졌다. 입 다물고 귀를 기울여 왜? 자연이 내는 소리를 배울 줄 모르는지?

  그냥 어느 산을 갖다 왔다는 것으로 만족하는지? 잎이 생동하는 나무를 대하며 깎아지를 듯 서있는 절벽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바라보고 가냘프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꽃잎의 아우성을 들을 수는 없는지?

  낙엽이 잔뜩 쌓인 곳을 골라 돗자리를 깔고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거리는 이파리 사이로 하늘은

  듬성듬성 구멍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한 낮의 솜털 같은 햇살이 얼굴에 내 무릎에 내려와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땅에서 멀어질수록 병원과 가까워진다.”라는 말이 있듯 한동안 꼼짝 않고 작업실에서만 있었더니 4월 초 전시를 끝내고

  많이 아팠다. 살아내는 것이 힘들어 마음이 아프니 몸도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아파와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치료하면서

  많이 고통스러워했었는데 오랜만의 산행은 모든 것을 떨쳐내듯 내 몸과 마음에서 시들해진 혼돈과 아픔을 지워버리기에

  참 ! 좋았다. 땅과 산, 나무와 꽃, 하늘과 바람 그리고 물을 가까이 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지극히 평온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석가탄신일 즈음에 한 번도 절 구경을 해본 적이 없기에 내려오는 길은 도선사 로 정해 내려왔다. (고) 육 영수여사가

  생전에 다녀서 유명해졌다는 사찰인데 삐뚤빼뚤 한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땜에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되는 무릎이 조금씩

  아파왔다. 스틱을 양손에 짚고 천천히 내려오면서 수많은 연등이 빼꼭이 걸린 도선사를 내려다보니 지리산에 계시는

  스님이 생각났다. 연등과 사람의 숲에서 제일 바쁜 시기를 보내시고 계실 스님! 축하카드도 못 보냈다는 생각에 뻔뻔한 

  보살? 에게 노여움을 갖지 마시길 바래본다. 전시 때면 제일먼저 <금정암>이라고 쓴 축하리본을 달아 보내주시는 꽃을 

  받으면서 작은 성의라도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으름에 붉은 연등처럼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바람에 흔들리며 걸려있는 수많은 사연을 담은 연등을 처음으로 바라보면서 한동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살았던 날들을

  내려놓아 나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다. 믿는다는 것은 진정한 죽음을 의미 한다고 한다.

  내 몸이 죽는 순간처럼 죽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믿음이 어려운 것이 말로만이 아닌 행동이 따르는 믿음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과 나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그 다름에 대응하는 삶 자체도 퍽이나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믿음을 갖고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시는 스님과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 나의 본향은 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지혜롭고 자비스런 행동으로 살아있는 삶을 사시는 스님! 불교의 유식 학 에서‘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 기본 6식이고 제7식 말나식은 번뇌를 야기하는 생각이라든가? 제8식 아뢰야식은 궁극적인 진리를 터득

  하는 생각이라는데 내 생각은 진정한 기도는 살아있는 신앙을 전제로 한다고 본다. 사랑이 가득한!!

 

 

  절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길은 서로 엉켜있는 차들로 부산하다. 한낮의 고즈넉한 산사는 어디에도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든 마찬가지인가 보다. 중심을 잡아줄 부처님은 대웅전에 모셔져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만 우왕좌왕하며 기웃거리고 있다. 도처에 모셔진 불상에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합장하며 염원을 기원하는 사람,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 산을 내려온 등산객, 호객행위 하는 상인들의 외침, 참배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와 행락객들이

  몰고 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를 교통정리 하는 호루라기 소리!!들로 끝없이 소리가 이어진다.

 

 

  산 아래까지는 끝없는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철학자 한트게 는 “걷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에게 갈 수 있다”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 그 움직임만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연잎의 사랑: 연꽃이 떠난 자리에는 연두 빛 연밥이 남는다. 천상의 꽃처럼 환하게 피었다.

                시들어 떨어지면 물 속 흙바닥에서 물 밖 세상을 그리워하며 마르고 시들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환하게 세상을 밝힐 듯 피어나는 여정이 아름다워 연잎의

                사랑이라 명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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