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2

뉴도미닉 2011. 6. 16. 09:49

 

 

      2011-05-11

     그림이 있는 에세이162 

 

 

           

   명제: 여심 2011년 작 8호 정방 Oil on canvas

   그림/글: 정 란숙

 

 

 

  작업을 시작했다. 8월에 예술의전당서 외국 작가들과 함께하는 기획 전시가 있어서다. 100호 이내의 작업을 해야

  되어 100호 캔버스를 펼쳐놓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여간 힘들지 않다. 작업실 공간이 좁아서 언제나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작업을 해보나 한탄! 하면서 원근감이 제대로 표현이 되는지, 이쪽과 저쪽의 비례가 맞는지 낑낑대면서

  이젤 위에 펼쳐놓고 밑그림을 그리느라 참으로 힘들었다. 3년 전 개인전 준비로 100호 연작을 하여 이어 붙여서

  전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작은 바구니를 그려서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쩔쩔매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큰 작업을

  하려니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인다. 진즉 작업을 했어야 조금은 여유 있게 작업을 하고 쉬면서 할 수 있을 텐데....

  내 작업량을 생각하면 또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제발 아프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언제나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내 머릿속 생각을 캔버스에 펼쳐놓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다음엔 이렇게 작업을 해봐야지 하는 계획을 빨리빨리 못 하고 언제나 쫓기듯이 하고 있다.

  작업하는 기법이 다르니 작업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내 성격에 대충은 못하니 몸이 말을 안 들어 힘이 든다.

  이것저것 시험 하고픈 작업에의 욕구는 강한데 기법이 따라 주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한다.

  이 문제가 영원한 나의 숙제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이번엔 바구니 하나를 그렸다.

  작은 바구니만 그리다 면과 선을 넓고 길게 표현하려니 호흡이 가빠지고 어깨에 목이 잔뜩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바구니 밖의 배경에 벌써부터 마음이 쓰인다.

 

  작업을 하다 보면 여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한다. 배경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작품이 빛나고,

  아닌 것을 확인하는 시행착오를 수없이 해온 터라 또 어떻게 할까? 머릿속으로 열심히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다.

  (고) 손수광 선생님께서는 배경을 공부하고 자신만의 기법으로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생전에 말씀을 하셨다.

  언제나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던 작품을 하셨던 선생님이 살아계신다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을 텐데........

 

  사람에게서도, 자연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배경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다면 배경으로서 그 누구도 무엇도 빛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 있는 배경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과 여백이 작업하려는

   의도와 주제를 확연히 돋보여 주는 것이다. 내 의식을 그려 넣은 것이 아니라 내 의식을 희망으로 만들어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백으로 남아 있는 배경이 이야기하고 담아내는 꿈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여백이

   없는 생각이 자칫 허황된 생각이나 허세로 보이는 때가 얼마나 많던가?

   작품에서도 그렇다. 많은 것을 담아 놓아 의도했던 것이 얼마나 반감됐었는지를.........

 

 

   신록이 우거진 산에 올라가 보면 어느 나무나 상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지가 꺾이고 옹이가 생기고 뿌리는

   생채기가 나고 .......바위도 패이고 깎여 있고... 그렇지만 함께 어우러져 배경이 되어 줄 때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얘기하며 아름답다고 한다. 폭풍이 지나고 눈보라가 지나고 나면 자연은 다시 축제를 시작하고 씨앗은 움이 트고

   뿌리를 내리고 꽃은 피어 살아 있다고 당당하게 배경이 되어주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자식들 뒤에서 부모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것도 당당함이 없으면 빛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믿음이, 자연에 순응하여 견디는 사랑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어 주는 것이 아닐까?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세상에 대해 긍정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기에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의 힘으로 자식들에겐 든든한 배경이 되어 험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음을...

 

 

   작업을 하면서 배경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다 캔버스 안의 세계나 내가 살아내고 있는 세상 속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 다라는 푸념을 써보았다. 그러나 어느 하나 허(虛)를 배경 삼지 않은 실(實)은 존재 할 수 없다..........

 

 

 

 

   **여심:  어느 때보다도 배경을 힘들게 처리했던 작품이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배경이 되어 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캔버스에서 붓질을 해보면 정말 엉뚱하게 그려졌다.

           그럼 또 저렇게 해보고.....작은 캔버스에 우주를 담은 다는 것 정말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채우고 싶지 않았다 [빈 바구니에 나의 꿈을 담고, 가족의 번영과 사랑과 건강을

           염원하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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