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3

뉴도미닉 2011. 6. 22. 22:55

 

  

 

   2011-05-17

  그림이 있는 에세이163 

 

 

             

   명제: 사랑 2011년 작 6호 정방 Oil on canvas

     작가: 정란숙

 

 

  "생일 축하 합니다. 올해는 말로 넘어갈 듯... 올해까지만 이니, 내년에 제대로 살면서 챙겨 드리리다“. 새벽 5시까지

  작업을 하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머리가 어지러워 오고 위가 아팠다. 순간!! 몰려오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눈을 뜨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갈 것 같아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눈을 감지도 못하고, 1시간 넘게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몸살

  하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아침을 깨우는 아들의 문자 메시지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다 쓰러지고, 눈을 뜨면

  어지러워 들것에 실려 갈 정도로 아파서,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던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무서움이

  공포로 변했다. 만약을 위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허리가 아파오는데도 침대에 눕지 못하고

  비스듬히 앉아 중얼중얼 기도를 하면서 살아온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것을 보다 잠이 들었었나 보다. 살아

  오면서 아픔에 대한 공포로 잠을 못 잘 정도로 완전 패닉상태가 되었던 게 처음이다.

  다행히 눈을 바로 뜰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던지!!  

 

  살아 있으니 아들에게 이런 선물도 받아 보는 기쁨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문자 하나에 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아들은 제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상하게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는

  성격이라 아들의 삶 안에 엄마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있다는 것, 엄마 생일을 기억한다는 그 자체가! 내가 아들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이 더 컸다.

 

  성경공부를 하고 그룹원 들과 점심을 먹고 작업실에 왔지만 기운이 빠지고 작업할 기분도 나지 않아 아이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집에 갔다. 그러나 새벽에 공포로 몸살을 한 탓인지 집에 가니 긴장이 풀린 탓에 물먹은 솜뭉치처럼 몸을

  가누기도 힘이 들어서 소파에 누워 잠을 자 버렸다. 조그만 선물과 케익을 사놓고 밥 먹으려고 기다렸던 딸은 투덜대며

  밥 대신 케익을 함께 먹고 얘기를 하며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 곳곳을 치우고 있는데 아르바이트 갔던 아들이 케익을

  사 들고 들어왔다. 감동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감동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가!! 인간의 행복은 감동의 숫자에 비례한다고 한다.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동을 받는 것도 스스로 노력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변화해가는 아들의 마음과 행동에 또다시 희망이 생기며 제대로 살게 될 날을 꿈꾸며 기다리는 기쁨을 갖게 한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관심을 받는 것과 사랑을 느낄 때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만들고 희망이 생기며 행복함에

  자신을 인식하며 살아간다고 본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마주하고 보내는가?

  그러나 나는, 나와 인연을 맺고 소통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이 참 어렵다. 나이를 먹어

  가고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은 베품이라 여겨도 상대가 모른 척 할 때 서운해지고, 받은

  만큼 되돌려 줄 수 없는 가난이 부담스러워 거리를 두고 살았던 날들이기에 오늘같이 무슨 날이 오고 기념일이 오면

  마음이 착잡해져 오고 우울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음 한곳이 뎁혀져 따뜻하다.

 

  <헨리 나우웬>은 “선물은 선물을 받은 이의 삶 속에 자리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들과 딸에게서 보지 못했던 나의

  존재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속 깊은 아이들의 사랑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선물에 눈이 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생각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눈에 보여서다. 아직 제 밥벌이를 제대로 못 하고 사는 아이들이기에 바라지도

  않았다. 작은 선물이지만 그것을 고르고 사올 생각을 한 아이들의 정성과 사랑이 나를 기쁘게 하고 하루 종일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 사랑 : 해당화의 꽃말이 순정이고 사랑이라고 한다. 놓여 있는 채반에도 사랑을 담은 골무를 그려 놓았다.

           옛 여인들의 생활도구였던 골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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