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5

뉴도미닉 2011. 7. 8. 16:52

 

 

 

 

    2011-06-21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5

 

             

  명제: 여심 2011년 작 4F Oil on canvas

  작가/글: 정란숙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찾아와 삶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을 본다.

   그것이 폭풍우처럼 다가오면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시련이고 고난이라고 하지만, 어느 날 햇살처럼 퍼져가는 따뜻한

   온기를 온 몸으로 느껴질 때 우린 행복하다고 말하고, 삶에 환희를 느끼며 생의 의미를 부여잡고 산다. 알고

   보면, 들여다보면, 그리고 좀 더 깊이 상대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다 보면 각각의 삶에 그들만의 얘기들을 담고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여 일 전에 오른손 엄지손가락 부위를 다쳤다. 유리컵을 씻다가 찰나에 컵이 깨지며 베었다.

   생각보다 많이 베어서 작업을 해야 되니까 꿰매면 회복이 더 빠를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동네 정형외과에 갔는데

   인대가 찢어져서 깁스를 해야 한다, 상처부위를 봐서 미세현미경으로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겁을 줬다. 응급처치를

   하고 더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고 확인을 한 결과 다행히 수술은 안 해도 되었지만 주사 맞고 치료하고 꿰매고, 3주

   진단에 깁스를 하고 병원을 나오니 햇볕은 쨍쨍하고.......정말 한심스러웠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기일에 맞춰

   작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니 손에 절절이 느껴지는 통증보다 이 노릇을 어이할꼬!! 라는 생각에 속상하고

   주의를 하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다.

 

   친구들은 이 기회에 푹 쉬고 놀아라하고, 선생님들은 화가가 손이 생명인데 어쩌냐고 안타까워하시고, 크고 작은 아픔에

   몸살하며 사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식상해하며 엄마가 아픈 것은 괘념치 않은 표정을 보노라니 사람들은 어떤 사실을

   보고 받아들일 때 사실 그 자체보다 자기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마음에 따라 달리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바라봤다. 날마다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들어와 빈둥거리며 놀고 있으려니 왜 이리 시간이 더디가는지!!

   손으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못하고 종일 소파에 누어서 책을 읽고, TV 채널을 돌려가며 바라봐도 시간은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좁은 작업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날마다 똑같은 선과 면을 반복하며 칠하며 덧바르기를 하고, 조그만 면에도 세필 붓을

   깔짝거리며 진전이랄 것도 없는 작업에 온 몸이 굳어지고, 생각조차도 멍청하게 하는 캔버스 앞을 떠나 와 시야가 툭 트인

   12층 아파트에서 창을 있는 데로 열어놓고 할일없이 지내는 것도 얼마만인가?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다가도 전시의 중압감에 마음이 답답하면, 오후에 버스를 타고 북한산 자락에 들어가 숲길을

   걷기도 하고 찻집에 앉아 책도 읽고 오가는 등산객들의 갖가지의 모습과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모든

   사건에는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에 따라 자신의 문제를 각박하게 하고, 편안하게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모든 일들이 마냥 회의(懷疑)적으로만 보여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살다보면, 사람으로 살아가다보면 때로는 구차하게 보일 수 있고, 잡다한 일에 허세도 부리고, 허우적거리고 살 때도 있고,

   생각도 못한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살지만 기다리며 인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요즈음

   온몸으로 느끼고 지낸다. 그것이 무엇이든 기다리고 인내하며 내 마음에 평화를 갖으려 노력하고 살다보면 내 삶의 오늘은

   또 다른 세상에로의 시작이고 희망이 아닐까?  뜻이 생각을 끌고 가면 느낌도 따라 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마음을 끌고 가면

   몸도 따라가게 마련이니 손이 낫기를 기다리며 마음수련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오늘 병원에 가서 드레싱하고 손목에 땀띠가 나서 깁스를 풀겠다고 하니 내 사정을 잘 아는 의사는 손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 붕대만 감아주겠다고 한다. 아직 2주가 남았지만.... 많이 아프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다시 부목을 되겠다고 하니

   손에 붕대를 칭칭감아준다. 예기치 않은 때에 자기도 모르게 힘을 가해 쓰다보면 인대가 어느 순간에 부러질 수도 있으니

   손을 쓰지 말라면서........ 모처럼 작업실에 와 고무장갑을 끼고 머리도 감고 대충 샤워도 했다. 모든 더러움과 욕망이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 개운하다!

   불편하지만 깁스를 푸니 붓은 아직 잡기 어렵지만, 독수리 타법이라도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한결 살 것 같다.

 

 

    **여심: 내 일상의 평범함이 다른 이에게는 얼마나 소중 한 것인지?

               여자의 평범한 일상의 마음이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는

               얼마나 평화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은 바램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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