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4

뉴도미닉 2011. 7. 1. 17:15

 

 

   2011-05-22

   그림이 있는 에세이164

  

               

   명제: 할미꽃의 꿈 2010년 작 4F Oil on canvas

   작가: 정란숙

 

 

  무엇인가를 갖으려하고, 갖고자 노력하고, 그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대가에 행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은

  내가 구하고자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마음을 비우고, 맑은 눈으로 바라보고, 들으려 할 때 주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대로 많은 재산을 소유함으로써 행복을 성취하려 한다. 그러나 재산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자신의 영혼 안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많은 업적을 이룬다 하더라도 결코 행복

  할 순 없다.”< 안셀름 그륀 (행복한 선물)> 는 신부님의 글귀가 떠오르는 이 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담소(談笑)를 하며 아름다운 길을 걷고, 의미 있는 공연이나 음악을 들을 때, 그리고 정갈하고

  담백한 맛 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차(茶)를 마실 때 느끼는 행복감은, 행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고, 노력

  하고, 쟁취해서 얻는 노력의 결과와는 다를 것이다. 행복을 찾기 위해 세상이라는 커다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면서 끝없이 노력해야만 얻어지는 자기만족의 행복하고는 다를 것이다.

 

  오늘 친구들과 국립극장에서 창극“청(淸)을 봤다. 우리가 잘 아는 심청전을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제작된 국립극장의

  노력의 산물인데 2시간 동안 웃었다 울었다 하면서 보았다. 오페라, 판소리, 영화, 연극으로 보고 책으로 읽어 너무나

  뻔한 이야기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창극단, 무용단이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와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무대

  연출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은 배우들의 해학이 넘치는 판소리와 무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하게 하고 내 

  감정의 끈을 늦추어 울게 하면서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대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했다.

 

  소도구인 지팡이들 만으로의 장단이 소리의 풍부함을 느끼게 하고 우리 음악극의 모던함을 보게 했다. 안숙선 명인의

  도창과 구음으로 이어지는 살풀이춤의 절제된 몸짓과 무대가 갈라지며 푸르슴한 조명 속에 하얗게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한 마리 학처럼 날아오를 듯 사라지는 심청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내 생각엔 하얀 한복의 간결한 선의 미학은 우리나라

  춤 의 정수라 생각되어진다. 극본과 배우들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대미술과 연출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 에

  생각이 머물게 하고 우리의 전통극도 세계화 되는데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공연장을 나와 남산 산책로를 걸었다. 푸른 하늘 오월은 녹음(綠陰)이 상쾌하고 아카시아 향기는 그윽한데 바라보이는

  시내(市內)는 점점 사위어가는 하늘과 더불어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에 아름답기만 했다. 며칠 전 홍대 입구에서 "바보

  추기경“ 을 보고 나와서 바라봤던 휘황 찬 네온과 한없이 부산스럽던 풍경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고즈넉하고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날의 어둠이 공연을 보고 난 후의 여운과 맛깔스런 저녁을 먹은 포만감과 함께 이번 

  달은 머릿속이 가득 채워졌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고)김수환 추기경님의 일대기를 가톨릭청년회관 에서 가톨릭청년극단이 기획하고 공연을 했는데 조금은 어설픈 배우들의

  몸짓과 소박한 무대연출이 추기경님의 꾸미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 

  추기경님의 많은 이야기들을 한정된 무대에서 작은 인원의 배우들이 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열정을 가지고 열연을 했다.

  배우들의 몸짓이 추기경님의 생전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울컥 해져서 훌쩍거리고 보게 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진솔하게 창조해낸 연극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슴으로 봐야 하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진정한 영적

  탐색은 예전부터 그래 왔듯이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란 것을 알기에 마침 단체로 보러 온 신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11,28) 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각자 타고난 몫의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유지하며, 자신에게 처해진 운명도 있는 그대로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색깔로 승화시켜서 아름다운 향기가 뿜어져 나오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각기 다른 두 편의 공연이 말해준다.

  그것을 바라보며 내 안에 기쁨이 솟아오른 까닭은 공연을 보면서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인생에 나를 일치해보며 나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내가 가장 핵심을 갖고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이다.

 

  친구 보영의 마음 씀씀이 고맙고, 한없는 배려에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이 밤의 행복!!

 

 

  **할미꽃의 꿈 : 이른 봄 양지바른 곳에 함초롬히 고개를 숙이며 피어나는 꽃 !!

                    꽃이 지고 나면 많은 씨앗들을 품고 있다 바람에 날라 가 또 다른 터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꽃!!

                   그 씨를 모았다가 땅에 묻어두면 다음해 그 자리에 더 많은 꽃을 피워 바라보는 이에게 꿈을 꾸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꽃!!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6  (0) 2011.07.16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5  (0) 2011.07.08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3  (0) 2011.06.22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2  (0) 2011.06.16
그림이 있는 에세이 161  (0) 201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