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란숙의 그림이 있는 에세이132

뉴도미닉 2009. 8. 21. 13:09

 

 

   명제: 복숭아 1992년 작 6F Oil on canvas


 시원하게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하늘은 마냥 푸르다. 

 아열대 나라인 듯 새벽에도 시원하게 오더니 한바탕 시원하게 쏟아지니 한 낮의 열기가 사그라지는

 것 같고  매미 소리만 조용한 오후의 정적을 가른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매미 소리가 그다지 들리지

 않았다.  몇 년 전만해도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갑자기 매~~~애~ㅁ 하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리고 한 낮에는 매미소리에 짜증이 났었는데........ 어디로 마실 을 간 것인지?

 아님 갑작스런 폭우에 매미 집이 다 떠내려갔는지? 모처럼 산에 걷기 하러 갔을 적에도  매미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오늘 모처럼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더운 여름을 잘 지내시라고.......

 해마다 단오 무렵이나 초복 때 엽서에 짧은 안부편지를 써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시라고 내 마음을 담아

 보냈었는데  작년에는 아파서 못 보내고 올해도 별반 나아진 게 없이 지나다보니 못 보냈다는 생각에

 짧은 안부에 서로의 건강을 확인해 보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 시켜야 할 것인가 아닌가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폭과 양에 따라 일치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 생각게 한다. 내 마음에 따라 해마다 수첩에서 지워지는 많은 이름들.......

 내 마음이 엷어질수록 상대도 엷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내 마음에서 멀어져 가고 그리고 남는 것은 외로움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나이가 들면 나이에 맞는 눈높이가 생기고 그에 맞는 지혜와 분별력이 생기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자기만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한다.

 그러니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조금쯤은 알아보는 안목이 생겨서 분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에 따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아져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않고 만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이 무리를 지어 반짝이는 것도 은하수를 만들며 움직이면서도 서로 엉키지 않으며 바라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는 노력이 있어서 일 것이다.


 모습도 생각도 나이도 환경도 나와 다르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가 먼저 다가가 안부를 전하며

 받아들임의 대화를 하다보면 훈훈한 정이 흐르는 만남 을 갖게 되어 내 마음에는 평온한 마음이 생기고

 기쁨이 넘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은 존재 자체를 인정하며 함께 삶

 안으로 들어가 머무르고  겸허한 마음으로 듣고 바라볼 때 느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변화를 갖지

 못하면 외로움은 혼자만이 가져야하는 굴레이다.


 토요일 이 아니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친구가 몇 년 만에 작업실에 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수박이랑

 복숭아 한 상자를 놓고 갔다.

 작업하다 복숭아 하나를 깎아서 먹으며 달콤한 과즙에 행복해 하면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회사일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친구를 보며 고통이나 슬픔이라는 삶의 조각은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보다 훨씬 분별력도 있고 신앙심도 깊은 어린 친구에게서 풍겨오는 선함을 나는 오늘도 생각해내고는

 혼자 미소를 짓는다.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거기에 응하려는 내 마음을 전했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낸다. 걷기하고 스트레칭 하고 와 잠시 쉬고 지인들께 전화하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오늘도 저물어 간다. 나이(?) 들어가니 하루가 금방 지난다.

 예전 어른들이 하신 말씀처럼 세월이 화살같이 지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를 내가 처한 환경에 순응해 살아내는 것,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작업하고 짬나면 책을 읽는 일상을 채워가는 것이 놀라울 만큼 깊고 넓은 삶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가을 전시가 줄줄이 이어져 숲 속의 나무들의 소리도 파도 소리, 자연의 때 묻지 않은 맑은 공기도

 당분간 접할 수가 없게 되었다. 6개월가량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위자적하고 놀아서

 이제는 열심히 캔버스 앞에서 살아야 한다. 갑자기 하게 된 초대전도 10월에 있어서 여백을 채워가는

 숙제가 내게 주어졌다.


 그동안의 여백을 어떻게 채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삶의 공간을 캔버스에 옮기며

 새롭게 설정된 목표와 변화를 실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비움과 여백은 새롭게 이어지는 삶을 보여주고 비춰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대로 자신의 삶을 채우기도 원하기도 하고 바라볼 수 있다.


 ** 복숭아: 풋 복숭아를  사다가 그렸던 기억이 난다.

            약 짜는 삼베 보자기가 낡아 물이 곱게 들어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바구니를 놓고 그렸었다.

 

 

2009-07-27

그림이 있는 에세이132

 

 

위 그림과 글은 畵家 丁蘭淑이 119편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하였던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올해 봄 다시 쓰기

시작 知人들에게 틈틈이 보내고 있다. 120편 부터 여러 벗님과 함께 보고 읽을 기회를 각고져 블로그에 올린다.  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