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우리 집에서 본 분당의 하루

뉴도미닉 2012. 2. 10. 17:30

 

 

 

 

 

우리 집에서 본 분당의 하루

 

 

 

 

 

 

우리 집은 25층 아파트의 18층.

 

아파트는 약간 동쪽으로 향한 남향이라 맑은 날은 오후 네 시경까지 해가 들어

   난방에 큰 도움을 준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나지만 앞을 보면 시원하게 시내 전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앞산 아래쪽에는 열병합발전소가 있어 여기서 생산하는 시간당 941톤의 수증기는 60만 Kw의 전력을 생산하고

  나머지 열은 분당 전 지역의 온수와 난방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날씨가 차지면 아침저녁으로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흡사 연기처럼 하늘 높이 피어오르나 매연 배출 방지시설이 잘 되어 있어 날리는 분진은 전연 없다.  

 

태재고개 산 위로 해가 떠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구름이 해를 가리는 시간은 아침 아홉 시 반경이고,

오후가 되면 햇빛이 비친 아파트 벽 색깔이 하얗게 살아나 주위의 어두운 색깔과 대비가 되어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 광경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된다. 20여 년을 이곳에 살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이 오후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꿈 같은 정경 때문이다.  

 

밤이 찾아오면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는 것은 동영상을 보는 듯하고, 밤 아홉 시가 가까워지면 거의 모든

아파트에 불이 켜진다. 책을 읽는 학생, TV를 보는 주부, 늦게 퇴근한 아빠가 저녁 식사하는 광경 등을 상상하다 보면

밤 열 시가 지나면서 한 곳 두 곳 불이 꺼진다. '이창'이라는 옛날 영화가 회상되는 아름다운 밤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집이 전국에 산재해 있으나 집 없이 가난과 싸우는 많은 사람이 추운 단칸방 신세를

못 면하는 세상이 한심하기만 하다. 늘 마음 한구석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늘도 해가 뜨고 지는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삶과 자연의 일과는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