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겨울나기 김장김치
작년에 김장을 하면서 내년부터는 김치를 사 먹겠다던 진도화가 가을이 되면서 틈만 나면 올해는
김치를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에 빠져들곤 했었다. 11월 중순이 지난 어느 날인가 전화로 배추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김장 한 번 하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아파 며칠을
고생하다 보니 김장 때만 되면 자연히 걱정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해마다 김장 일을
도와주었던 처형이 며칠 전 양쪽 눈을 다 백내장 수술을 해 김장을 할 수 없어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던 것이다.
11월 말인 토요일 진도화와 파를 다듬고 있는데[실은 파 다듬는 일은 해마다 내가 돕는다.] 딸이
도우러 왔다. 차 탁자에 신문지를 깔고 TV를 시청하면서 파를 다듬는데 이번에 사온 파는 잔챙이
가 어찌나 많던지 시간이 배가 걸렸다. 시부모님이 오실거라며 서둘러 딸은 먼저 집에 가고 우리 부부는
생새우와 굴, 젓갈류 등을 사러 하나로 마트에 다녀왔다. 두 사람의 아줌마가 내일 오기로 되어있어
주문한 절임배추를 택배로 보냈는지 충북 괴산에 다시 확인전화도 했다.
김장은 12월 1일인 일요일에 하기로 날을 잡았다. 아침 일찍이 두 아줌마 그리고 둘째 며느리와
딸이 도착했다. 주문한 배추도 일찍이 도착했다. 절인 배추가 20kg 상자로 여섯 개이니 총 120kg
이다. 우선 두 아줌마에게 따듯한 커피와 떡을 대접했다. 힘을 많이 쓸 사람들이니 말이다. 올해에
벌써 50여 집 김치를 담갔다며 이제 피로감이 든다고 한다. 아침 일찍이 부엌칼 다섯 개를 공들여
갈아 놓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칼이 잘 들어 무채 쓸기가 쉽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다. 며느리가
생강과 마늘을 다지고 풀까지 쑤어와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나는 새참으로 고구마를 굽기로 했
는데 고구마는 전북 진안에 사는 친구가 처음으로 야산을 개간해 심은 호박 고구마로 어찌나 달고
맛이 있던지 커다란 것을 특별히 주문해온 것이다.
우리 부부는가끔 점심으로 군고구마를 든다. 굽는 일은 늘 내가 하고.
물론 새참용 고구마도 내가 구웠다. 큰 것으로 여덟 개를 구웠더니 네 사람이 세 개도 못 들었다.
블로그에 김장을 올려온 지 올해로 다섯 번째로 들어서서 이젠 담그는 순서를 대충 알 수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 배춧속 버무리기가 클라이맥스인 것 같다. 한 아줌마는 장갑을 끼지 않고 번번이
맨손으로 버무려 쓰라릴 것 같으나 그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전에는 김치를 담글 때 별의별 것을 다 넣었었다. 그러나 새우와 젓갈류를 넣은 것이 제일 개운하고
감칠맛이 나 올해는 그렇게 담그기로 했다. 동치미는 한 달 전에 담가 오늘은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그리고 내가 즐겨 먹는 겉절이만 하기로 했다.
진도화는 수육을 포함해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으나 아침에 떡과 군고구마를 들어 든든하다고
김장을 끝내고 들기로 해 점저가 되어버렸다. 처형과 둘째 그리고 딸에게 줄 김장 짐 꾸리기는
내가 담당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담근 김치를 자식과 나누어 먹는 것이 좋긴 한데 내일부터
며칠 동안 몸살이 날 진도화가 걱정이 된다. 청소까지 마치니 3시 반이 조금 지났다.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식사를 마친 후 진도화는 언니[처형] 집으로 김치를 싣고 떠나고
곧 딸도 김치를 싣고 떠났다. 둘째 아들이 저녁 늦게 아이들을 데리고 와 한 시간쯤 머물다가
김치를 싣고 일찍 떠나니 텅 빈 집이 되어버렸다. 몽몽이와 TV를 시청하는데 외손자 놈이 늦게
들어오면서 코를 실룩거린다. 그리곤 한 마디 한다.
"이게 웬 코리 한 냄새야!"
"김장 냄샌가?"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별로 돕지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으니·····.
아무리 부부라지만 진도화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 11월 30일과 12월 1일 촬영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 보금자리를 튼 우리 집 (0) | 2014.08.13 |
---|---|
양재 시민의 숲에서 만난 작약과 난초 (0) | 2014.05.16 |
나의 영원한 친구의 방한[訪韓] (0) | 2013.10.22 |
백 영심 간호사 (0) | 2013.01.05 |
우리 집 김치 담그기 (0) | 201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