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주변에도 가을이 왔다.
그러나, 아름다운 만추 속에서 주말농장만은 한여름의 연속인 녹색 일색이다.
농장은 대체로 혹뿌리병으로 망친 밭만 빼놓고는 배추 풍년이다.
물론 무도 땅을 가르며 연녹색의 몸체를 쑥 내밀고 연보라색을 띤 갓도 한창이다.
돔의 농장은 며칠 전부터 시들시들하던 배추 한 포기가 폭삭 주저앉았다.
뽑아 보니 흉한 꼴을 한 실뿌리 몇 개밖에 없는 혹뿌리가 토란 알같이 자라 있다.
이젠 39식구가 38식구로 줄어들어 걱정이다.
아직도 20 여일을 더 기다려야 수확을 할 터인데 어쩌겠나...
며칠 후엔 하얀 고갱이가 들게 다 묶어야겠다.
잘 자라고 있는 무가 고맙기만 하다.
윗글과 사진은 28일에 올린 것인데 어제(29일) 진도화와 밭에 나갔습니다.
오는 화요일 온도가 영하 3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로 급히 배추를 묶기 위함이었죠.
일부러 돋보기도 준비해 갔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배추벌레를 잡기 위함이었죠.
한 포기 두 포기 묶으며 눈에 띄는 몇 마리의 배추벌레는 잡아 멀리 버렸습니다.
그런데 10여 포기를 검사하며 묶어가는 도중 심상치 않은 광경에 아연실색 했지요.
벗님네들, 까만 깨강정 아시죠..기름에 튀겨 조청을 발라 까만 깨를 묻힌 것 말입니다.
글쎄 겉은 멀쩡한 배추가 하얀 속 잎에 켜켜로 진딧물이 깨강정을 이루고 있지 뭡니까!!!
농약을 뿌릴 수도 없고 손가락으로 일일이 비벼버렸는데..물론 속 잎은 많이 상했죠...
심한 것은 할 수 없이 4포기를 뽑았습니다.
진도화가 세제를 푼 물에 담그면 깨끗이 진딧물을 씻어낼 수 있다네요.
국을 끓여 먹던지 한다구요...
한심하데요..이젠 34식구밖엔 안 남았으니...
돔이 그랬죠.."부용(님)이만 한 두 포기 주고 딴 사람은 주지 말자"라구요..ㅎㅎ
둘이 웃고 말았습니다.
사진/글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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