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초 가족 이야기
11년 전 많은 난과 관상수 그리고 화초를 가꾸다 전부 없앤 적이 있다.
직장에 다니며 틈을 내 보살피기가 어렵기도 했거니와 특히 동양란은 관리가 몹시 까다로웠고
잎과 줄기가 예쁜 아열대 관상수도 병이 많아 내린 결정이었다.
9년 전이다. 첫 친손자를 보았을 때 직장 동료가 축하의 뜻으로 청화각을 선물로
가져와 다시 화초 가꾸기가 시작되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복을 불러온다는 금전수를 샀고······.
한 달에 한두 번 물주고 1년에 두서너 번 영양제 주는 것이 전부라 가꾸기가 쉬웠다.
3년 전엔 딸이 주방 데코용으로 몇천 원인가를 주고 킹기아넘과 레드스타를 사고,
진도화는 전시장에 보낼 꽃을 사면서 서비스로 포춘을 얻어왔다. 그리고 꽃을 그리는 친구 부인이
그림 전시회를 했을 때 축하 선물로 빨간 꽃이 예쁘게 핀 만데빌라를 사 보내면서
우리도 작은 만데빌라와 막 꽃이 핀 게발선인장을 함께 사게 되었다.
이렇게 다년생인 관상수와 화초 일곱 화분이 모여 우리 집 화초 가족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동안 1년생 꽃도 가끔 샀으나 화초 가족에 포함하지 안 했다.
우리 집 화초 가족
킹기아넘[Dendrobium Kingianum]
키[화분 포함] - 40cm
선인장, 청화각[靑花角-Euphorbia persistentifolia]
키[화분 포함] - 110cm
포춘 란蘭[Fortune]
키[화분 포함] - 48cm
만데빌라[Mandevilla]
키[화분 포함] - 110cm
피토니아 '레드스타'[Fittonia 'Red Star']
키[화분 포함] - 13cm
게발선인장[Schlumbergera truncata]
키[화분 포함] - 45cm
금전수[金錢樹-Zamioculcas zamiifolia]
키[화분 포함] - 160cm
어릴 때 아버지는 국화와 관상수를 가꾸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라 잔심부름을
하며 나도 모르게 자연히 화초를 좋아하게 되었다.
해군 장교로 있을 때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산 관상수는 고무나무였다.
북향 집 좁은 방 한구석에서 잘도 자라 천정에 닿게 커버려 이사하면서 친지에게 선물로 주었다.
네 번의 사글셋집과 두 번의 전셋집에서 사느라 한동안 화초와는 거리를 멀리해야 했다.
내 생전 처음으로 면목동에 집을 짓고 이사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넓은 마당에 돌을 깐 보도만 빼고는 잔디를 깔고 좋아하는 나무와 화초를 심어 한을 풀었다.
도둑이 엄청 많았던 시절이라 도사견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중곡동에 집을 짓고 겨울에 이사했을 때는 가꾸던 꽃나무
두 그루를 이듬해 가져오기로 언약했으나 봄이 되면서 주인의 완강한 반대로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건축을 전공한 나는 전문서적에서나 보던 그 당시로는 멋진 집을 지었고 동리 사람들이
구경오기도 했다. 물론 정원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정성드려 꾸미고 작은 연못을 포함하여 향나무,
과수, 목단 등과 꽃을 심어 추운 겨울 서너 달을 빼고는 1년 내내 꽃 속에서 살았으니
이때가 정원수와 화초 사랑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22년 전 일이다. 분당에 신도시가 생겼고 첫 아파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 그로부터
2년 후 분당의 한 고층아파트로 이사할 떄는 모든 것을 두고 와야만 했기에 향나무 세 그루와
한 길이 넘는 커다란 목단이 어찌나 아까웠던지 한동안 잊질 못했다.
과거는 과거이고 잊어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미련이라는 현실은 현실이었기에
아파트 실내에 어울리는 관상수와 난으로 집안을 꾸며 그것으로 대신 위안을 했으나 식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몇 년을 버티다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으니
지금부터 바로 11년 전 일이다.
화초를 보살피다 보면 가끔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으니 자식 사랑 이야기가 그것이다.
자식들에게도 화초와 같이 더 정성을 쏟지 못했나 하는 후회이다. 물론 당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살핌이었으나 지금 현실과 비교한다면 결코 그렇지 못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리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가버린 먼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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