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행 40일-2[과루자 편]
도착한 지 사흘째인 토요일이다. 브라질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모두 쉰다.
가족들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해변이 있는 '과르자'로 드라이브 가기로 했다.
'상파울루'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바다와 접한 작은 도시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주로 가족 단위로 찾는 곳이다.
길이 23Km 정도 되는 해변을 낀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대서양의 진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과르자[Guaruja]'는 '산토 아마로[Santo Amaro] 섬'에 있는 인구 30만이 조금 넘고
넓이 143 평방킬로미터 되는 관광 위주의 도시로 항구도 지방 경제에 큰 보탬이 되며 많은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있다. 11월에서 2월까지 관광객 수는 최고조에 달해 년 20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우리가 오늘 들렸던 '과르자'의 해변은 한국의 10월 말과 같아 그리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나들이 준비를 한다.
처형, 두 처질녀, 진도화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다.
서둘루긴 했으나 좀 늦어져 아침 7시 45분에야 출발했다.
아침은 도중 이삐랑가[Ipiranga] 지역에 있는 '마리아 로까[Maria Louca]'라는 유명한 빵집 까페에서
간단히 했다. 여기서 맛본 짙으면서 부드러운 에스푸레쏘의 맛은 지금도 잊질 못한다.
박물관[독립기념관]이 근처 이삐랑가 지역에 있어 잠시 들러 사진 몇 컷을 찍었다.
다음에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어 사진 한 편만 올린다.
구름이 잔뜩 끼고 가끔 가랑비가 내리는 길을
혜란이 운전하며 설명해 주어 그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며 바깥 경치를 보느라 바쁘다.
우리가 달리는 길은 새로 건설한 '이미그란찌[Imigrantes] 고속도로'로 구도로인
'안시에따[Anchieta] 도로' 보다 빠르고 44개의 육교, 7개의 교량 그리고 11개의 터널이 있다고 한다.
상파울루는 평균 해발이 799m인 고원이다.
이 고원에서 시작되는 '이미그란찌 고속도로'는 같은 높이의 지역을 한참 달리다
북쪽 험준한 산맥이 절벽을 이루는 곳에서부터 해변 쪽으로 급경사를 이룬다. 이 길을 730m의 표고 차를 줄이며
내려가는데 아슬아슬하기도 하나 주위 경관만은 가관이다.
내려오는 동안 비구름이 잔뜩 끼어 열대 우림이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는 전연 볼 수 없고 사진 또한
찍을 수 없어 실망이 컸다. 거기다 커다란 트럭들이 몰려 달리는 모습은 무서웠고 가끔 그 틈새로 끼어들며 묘기를
부리는 오토바이는 더욱 위험해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고속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운행을 허용한다고 한다.
산허리를 돌고 돌아 평지에 내려오니 귀가 멍하고 열대지방 특유의 우림[雨林]이 펼쳐진다.
우리는 곧 '인씨아다[Enseada] 해수욕장'이 있는 'Av. Miguel Estefno'라는 길로 들어섰다.
일행은 주차를 하고 쉴만한 곳을 찾아 이동한다.
일행은 해수욕장이 잘 보이는 한가한 '끼오스키[Quiosque]'에 자리 잡았다.
아직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고 조용하다['끼오스키'는 간단한 식사를 파는 빠가 있는 그늘집]
구름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며 푸른 하늘도 가끔 얼굴을 내민다.
생전 처음 대서양 남단 바다를 대하는 기묘한 느낌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는지….
담소하며 즐거워하시는 늙으신 처형을 보니 끈끈한 핏줄의 정을 느끼게 한다.
헤란이 음료수와 '만디오까[Mandioca]'를 주문.
마시고 먹는 것도 관광의 일부분이 아닌가…….
아마존에서 자라는 과라나 열매로 만든 음료수 '과라나[Guarana]'와
기름에 튀긴 '만디오까[열대 지방 고구마같이 생긴 나무뿌리]'가 입맛을 돋운다.
선물 받은 네크레이스를 걸고 담소하는 자매…….
처질녀들이 이곳 행상 인이 파는 네크레이스와 식물 섬유로 만든 중국제 모자를 사 이모에게 선물.
여행 내내 이 모자를 쓰고 다녔다.
점심 때가 가까워지면서 해수욕객도 늘어난다.
모래알이 무척 고운 해변이다. 물에 잠기니 이내 단단해진다.
동북쪽으로 뻗친 산허리에 세워진 아름다운 집들을 보며 홀로 해변을 걸었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걷는 느낌이 한동안 지속한다.
미리 준비를 못 해 빌려 신고 온 애니끼 아빠의 비치 슬리퍼가 말썽을 부린다.
차 타고 올 때는 몰랐으나 해변을 걸어보니 발에 맞질 않아 발이 아프다.
언뜻 보아서는 아름다운 해변인데 이곳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오염된 하천수가 악취를 풍기며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달모[Dalmo Barbaro]'에서 점심 식사
알고 보니 주차한 곳은 이 식당 근처였고 점심을 이 식당에서 들기로 했던 것.
'Dalmo Barbaro 식당'은 유명한 음식점이라고 한다.
벽에는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유명한 잡지 VEJA에서 선정한 상파울루 해양 식품 부분
최고상을 탄 상패가 걸려 있다.
음식은 이름은 몰라도 홍합, 새우, 생선, 조개, 감자 등은 얼른 눈에 띈다.
소스의 맛이 특이하고 음식도 맛있다.
음료수는 '까이삐링야' 칵테일과 '아쎄롤라'와 '마라꾸자'를 혼합한 주스.
검색을 해보니 까이삐링야[Caipirinha]는 '브라질 국가칵테일'이라고 한다.
레스피는 '까샤사[Cachaca]라는 사탕수수로 만든 달콤한 술에 Lime과 설탕을 혼합해 얼음을 띄운다.
뱃살 걱정들을 하며 한 시간이 넘도록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
밖으로 나오니 그 넓던 길이 주차한 차로 꽉 찼다.
다시 오전에 쉬었던 그 끼오스키를 찾아갔으나 이미 만원.
외국인들은 물론 나 자신도 브라질 해변에 가면 Topless 미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완전 착각이다. Topless가 전연 없는 곳이 브라질 해변이라고 한다.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혜란이와 처형은 차로 이동하고 진도화와 혜경이 그리고 나는 걸어가기로 했다.
걷기로 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오후가 되면서 이상 기후로 기온이 31도까지 올라 땀으로 온통 온몸이 흠뻑 젖는다.
"헉헉'거리며 걷는 우리에게
"바로 저~기…….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혜경이의 말만 믿다가 땀으로 범벅된 것은 고사하고 고생스러운 슬리퍼를 끌고 몇 킬로를 걸었는지 모른다.
벗어들고 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고…….
한참 만에 새 장소로 찾아오긴 했으나 더위와 발의 통증으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사진 몇 장 찍은 것 외엔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녁때가 가까워지면서 아름다운 과르자의 해변과 시가지를 뒤로하고 떠난다.
귀갓길 길가에서 자카[잭푸릇]와 바나나를 판다.
작은 바나나가 맛이 있다고 혜경이가 한 다발을 샀으나 맛은 별로다.
연기가 자욱하게 낀 공장지대를 지난다. 엄청난 오염원이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 상태라는 설명.
집에 돌아오니 내 발이 요렇게 되어버렸다[펌]. 발등은 알록달록 예뻐 졌으나 왼쪽 발 둘째 발가락에 압박이 가해져
발톱이 까맣게 피멍이 들었고 현재도 까만 자국이 조금 남아있다.
그러나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다.
내일은 아파트 후원에서 상파울루 전 가족이 모여 파티를 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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